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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ie Jun 22. 2024

빨간눈 목사님과 할아버지

최악의 눈깔

세월이 흐른 지금도 떠올리면 소름이 돋을만큼
영적인 꿈에서 느낀 감정만큼은 매우 생생하여
아마 그 '빨간 눈깔'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여러 귀신을 보았지만 그 귀신의 눈은
'눈알'이라는 정갈한(?)표현을 쓰기에 미안할
'최악의 눈깔'이었다.

계속해서 초등학생 시절의 꿈이다.
이사 전이었으니 8살, 많아도 9살이 맞겠다.


30초면 도착하는 우리가족이 다니던 개척교회.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예배 후 남아서 연습 중이던 성가대원들을 지나

좌측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갔다. 실제로도

꿈에서도 목사님 사택이 있는 작은 방이었다.


문 앞에 섰다. 방문이 열려 있었다.

방 맞은편 끝쪽에 창문이 있었는데 바퀴달린

검은 의자에 목사님이 앉아 계셨고 등을 진 채

창문을 향해 있었기 때문에, 커다란 검은 의자

그리고 그 위로 하얀 머리카락만 보였다.


이상하다. 목사님은 흰머리가 아닌데!


그 때 그가 갑자기 뒤를 돌자 소름돋게도 그건,

목사님 자리를 차지한 마귀였다. 더 놀라운 것은

친할아버지의 모습에 백발머리, 한복 차림이었고

가장 중요한 것이라면 눈알이 새빨간 아니 시뻘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피 같은 붉은 눈깔이었다.


이것은 영이기 때문에 움직임에도 차원이 달랐다.

사람이면 의자에서 일어나 잡으러 달려오겠지만

이 귀신은 약 5m 거리에서 눈이 마주친 '동시에'

그야말로 코앞에서 나를 해치려고 달려들었다.

그 미친 빨간 눈깔로 나를 노려보면서 말이다!!!

(sf영화를 상상하면 이해가 빠를 수도...)


걸음아 날 살려라, 기겁한 나는 줄행랑을 치듯

계단으로 뛰어 내려가 예배당 의자를 지났는데,

성가대원 중 아무도 뒤 한 번 돌아보지 않은 채

귀신이 있는 줄도 모르고서 계속 노래불렀고

그렇게 필사적으로 도망치다 꿈에서 깨어났다.


아쉽게도 예수님의 이름을 외치기는커녕 생각할
틈 없이 도망쳤기 때문에 이렇게 패배하고 나면,
깨어나기는 했어도 그 공포감이 남아있기 마련..

그런 상태로는 바로 잘 수 없기 때문에 무릎 꿇고
예수님의 이름으로 마귀는 당장 쫓겨나가라고
열댓 번 속으로 외치듯 반복하다 다시 잠들었다.

맨 처음 꾼 꿈에서는 당당하게 십자가 꺼내들고
마귀를 쫓아가던데, 크면 클수록 영적으로 점점
약해지고 벌벌 떠는 경우가 적지 않아졌다.

그래서 자기 전 단골기도는 이 한마디가 되었다.
"하나님, 오늘은 마귀 꿈 안 꾸게 해주세요."



우리엄마


당시 우리엄마는 지금보다 훨씬 엄격하셨고

말도 많지 않았다. 금식은 굉장히 자주 했다.

굶고 기도해야 할만큼 문제가 많았던 것이다.


엄마가, 어린이일 뿐인 자녀에게 자신의 여러

고통에 대해 알릴 리 없었으므로 나는 엄마께

들은 이야기가 단 하나도 없었고, 전혀 몰랐다.

게다가 우리엄마는 사랑을 '희생'으로 여긴다.

그런 어머니가 어린 딸에게 말할 리 만무했다.


교회 목사님 자리의 친할아버지 모습 마귀를

보았지만,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던 나는, 꿈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보다 어릴 때 자립적이었나 싶기도.

마귀 꿈 꾸다 깨면 솔직히 순간 진짜 무서운데

처음에만 엄마를 불렀고, 그 후부터는 늘 알아서

해결했다. 자는 가족을 깨워 피해주기 싫었달까.


네가 그런 꿈을 꿨구나


세월이 지난 후에 엄마와 대화 중 그 꿈 얘기가

나오자, 엄마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아, 네가 그런 꿈을 꿨구나. 그때 얘기 해주면

좋았을텐데. 좀 더 도움이 됐을텐데.."


"정말? 왜?"


알고보니, 우리는 이사를 해서 교회를 옮긴 것이

아니었다. 목사님이 나가라고 해서 나온 거였다.

중학생 때만 해도 자세한 내막은 잘 알지 못했고

이 사건의 진상은 무려 지난 달 다 듣게 되었다.


헛웃음이 나온다... ㅎㅎㅎ

아무튼 당시 그 목사님은 마귀에게 씌일 정도로

휘둘리고 있었다. 일찍 남편과 사별한 성도에게

과한 애정이 다 보일만큼 지나친 목사님을 보고

걱정이 된 엄마가 여성도에게 조심하라 말해주며

너무 순수한 마음으로 사모님께 귀띔해준 것이다.

결국 목사님과 사모님은 힘을 합쳐 엄마를 공격..

엄마가 몇 년동안 어떻게 견뎠는지 신기할 정도.


그걸 사모님한테 말했다고?


"응..."

"왜? 그냥 기도만 하지.. 여자한테만 말했음

 알아서 조심했을텐데."

"그런가? 엄마도 그땐 어렸잖아."

"몇 살이었지?"

"30대 초반."

"어렸네... 그래도 그걸 부인한테 말하면 엄마가

 무조건 공격 받지. 그 말을 알아듣고 엄마 마음

 그대로 받아들여서 진짜 기도할 사람은 드물어.

 그 목사님네 이상한 비디오도 빌려보던 거 알아?

 그집 딸이 애들끼리 있을때 틀어서 깜짝 놀랐어..

 지금 생각하니 진짜 더 어이가 없는데 참 나..

 어떻게 그런 걸 애들이 교회에서 보게 되? 기가

 막히지.. 그집 사람들 다 마귀한테 붙잡혀있었어.

 그때도 엄마는 사람들 너무 많이 생각해줬네..."


그래도 어쩌면 엄마 덕분에 그 여성도는 안전히

지내다 그 후 교회를 옮겼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엄마가 화살받이 되었던 모양이다.


고생 끝에 결국 교회를 옮겼고, 자신을 괴롭혔던

목사님 부부를 긍휼히 여겨서 가끔 몰래 그 교회

사택 앞에 소고기를 사놓고 오던 이가 엄마였다.


할아버지


엄마는 약 20여년간 시집살이를 당하셨다. 나도

아는 사실인데 꿈에서 본 할아버지 모습의 눈이

너무 강렬한 나머지, 할머니댁에 가기 꺼려졌다.

(이외에도 친가에 대해 그러한 꿈이 많았으므로)


많은 세월이 흐른 어느 방학 때, 한국에 들어와

오랜만에 할아버지를 보고 속으로 충격 받았다.


꿈에서 본 그런 눈이 결코 아니었다.

선하고, 착한, 그냥 내 할아버지 눈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아, 사람의 (생각)속에 마귀가 들어가면

그렇게 엄마를 모함하고 괴롭힐 수 있지만

마귀가 떠나면 전혀 다른, 딱한 사람이구나..


역시 나중에 엄마로부터 들은 이야기로는,

할아버지는 원래 안 그러셨는데(시집살이)

딱 한 번, 할머니의 거짓말에 그러신 적이

있다고. 내가 꿈 꿨던 그 즈음이었을 거라고.


엄마도 영적인 꿈을 꾼다

엄마네 집이 그렇다. 이모에 비하면 나는 거의

소꿉놀이 수준이랄까. (이모는 눈 뜨고 보셨다)


눈 감았을 때만 꿈으로 보여주신 것이 나로선

천만다행이었다고 해야 하나. 수준에 맞게...

그렇게 하나님은 늘 배려하고 맞추어 주셨다.


심지어 싫다고 할 땐 오래 안 꾸기도 했고,

우리 이모도 거두어달라고 하자 거두어졌다.


일명 '신내림'이라고 하여 무당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경우는 악한 영, 즉 마귀의 경우인데,

안타까운 것은 궁극적으로 속이는 영이기에

충분히 쫓아내고 이길 수 있음에도, 그들에게

예수님이 구세주로 믿어지지 않기에 안된 것.

사람의 힘만으로는 거부할 수 없는 존재라도

하나님, 예수님의 힘으로는 무조건 쫓겨간다.


헛소리


신내림에 대하여 조금만 적어보자면 마치

사형선고를 받은 범죄조직의 우두머리가

이미 감옥에는 갇혔는데 조직원을 풀어서

"야, 1억 훔쳐오라고 해. 안 훔치면 내가 곧

가서 죽여버린다고 해" 협박하는 것과 같다.


무서워서 1억을 훔치는 사람은 잡히면 감옥,

못 훔치거나 훔쳤어도 계속 협박받을 것이다.

마귀는 우리로 하여금 죄를 짓게 하고, 같이

감옥에서 썩게 하고 싶어 한다. (약한 표현)


두목이 체포당해 사형선고 받은 것을 모른 채

협박 당했다면, 두려움에 끌려다니게 된다.

그는 사형을 앞둔, 패배한 수감자일 뿐이다.


만일 우리 아버지가

검찰, 경찰, 정계, 권력기관에 지시할 수 있는

미국 대통령이라면, 헛소리에 놀아날 리 없다.


하나님은 미국 대통령보다 더 큰 분이시며

예수님을 진정 믿는 사람은 그 자녀가 된다.


다만 마귀에게 아직 세상의 권세는 남아있다.

그 위에 하나님이 계시고.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이 우위임을 알기에

그리고 믿기에, 적게나마 실상을 눈치챈 것.


선물


이것은 아무래도 선물과 같다.

원한다고 다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나도 원해서 알게된 것은 아니었다.


무당이었다가 예수님을 믿게 된 사람이나

단군교 교주였는데 돌아온 이의 책도 읽었다.


이런 분들의 특징은, 결정적인 부분에는 속아

악한 영에 묶여 '용한' 사람으로 살아왔지만,

보통 사람들보다는 영적 세계에 대하여 훨씬

열려 있었기에, 일단 예수님을 만나고 나면

이해도가 엄청나게 빠르다는 것이 장점이다.


배꼽 잡는 에피소드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조만간 시간을 내어 다시 들어봐야지.




그런 부분을 몇이나 인지하고 있을까?


세상에 나온 수많은 공상 영화나 해리ㅍㅌ는

그저 맹랑한 허구로부터 만들어진 것이 아닌,

마귀가 준 '재료'로 구성되어져 있다는 사실을.


꿈이란, 영적인 세계를 간접적으로 조금이나마

맛보고 엿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을.


숱한 '유명' 창작물에는, 반드시 상상 이상의

'목표물'과 '목적'이 있는 '영혼 사냥용'임을.


당신이 안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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