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팀이 더 잘해주시려고 12시 직전 첼로 마이크 위치를 옮긴 후 테스트 없이 예배가 시작되었더니, 첼로 소리에 노이즈 울림이 생겨버렸다. 10시에는 노이즈가 없었지만 연주는 12시가 나았다. 우리 둘이 하는 연주가 처음이기도 하고, 나는 피아노를 매일 치지도 않거니와.. 한 번 맞춰보고 이 날 만나서 했으니 아쉬운 점이야 당연히 많다. 그러나 10년 전과 분명 달라진 나는 크게 괴로워하지 않은 채, 녹음이야 나중을 기약하면 되고, 이 날 우리가 즐겁고 들은 이들 중 감동받은 사람이 있고 신에게 닿았다면 충분히 감사하다. 심지어 이곳에 나눌 수도 있게 된 내가 발전한 것인지 후퇴한 것인지 조금은 헷갈리지만. 가슴에 손을 얹은 채 표정으로 다 말씀하시던 어떤 분의 '정말 아름답다'는 표현에 위로받은 날이기도 했다.
피아노를 치는 내 얼굴은 제발 클로즈업 안 해주면 좋겠는데 온갖 표정이 난무한 채.. 결국 어쩔 수 없지-로 강제포기 모드이기도 하다. 사실 부탁해 봤는데 안 먹힌 듯... 연습을 잘하면 멀쩡한 표정으로 할 수 있을까? 원하는 만큼 연주를 못 하니 표정이 더욱 애달파지는 것 같기도. 그래서 후지더라도 멀리 찍힌 리허설 영상을 일단 선호한다. 나의 표정에 관계없이 영상팀은 매우 훌륭하다.
마침, 고맙게도 받게 된 10시 직전 마이크 테스트 영상과, 생각지도 못했던 10시 영상, 그리고 송출영상의 일부만 나누고 잠자리에 들기로 한다. 에피소드 기록은 지금처럼 얼마든지 괜찮지만, 곡을 해석하거나 분석하는 - 음악 자체에 대한, 특히 이론적 설명은 남이 해줘도 좋을 듯. 누군가는 브런치에 일기를 쓰지 말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나는 모든 글이 일종의 일기에 불과하지 싶다. 글을 적는 이 순간에도 나의 속에서는, "Mercy Me"가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