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아이의 눈빛
언제나 힘이 되어주는 너의 눈빛에 드리워진
5화▷
아이의 눈빛
눈빛의 힘은 강하다. 나의 존재자체를 그냥 바라봐주는 눈빛은 살맛 나게 한다.
선물을 줄 때 아이들의 다양한 반응만큼이나 수염 안에 감춘 내 입의 모양도 다양했다. 내게 안겨 꼼짝도 못 하던 아이(^.^) 울먹울먹 금방이라도 울음보가 터질듯한 아이(^v^) 결국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ㅡ^) 나를 꼭 껴안아주던 아이(^O^) 선물만 받고 자리로 돌아가려는 아이(^^;;) "레고선생님 맞죠?" 질문을 던지며 탐정이 되는 아이(-ㅡ-)
모두가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었다. 그 눈빛들이 하나 둘 모여 내가 가져왔던 두려움을 눈 녹듯 사라지게 해 주었다. 그때 비로소 산타의 웃음소리가 어린이집에 울려 퍼졌다. 허허허허. -아이의 눈빛을 바라보며-
인사
수업 때마다 늘 앉았던 의자인데 오늘은 그 느낌이 다르다. 여기 모인 아이들을 다 아는데 아이들은 나인지 모른 채 산타를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다. 수업 때도 이런 눈빛들이었나. 놀. 랍. 다. 다행히 예상과 달리 대다수의 아이들이 나를 산타로 바라보고 있다.
탐정놀이-미제사건으로 남다
의심의 눈초리로 "레고 선생님 같은데 맞죠? 뭐 타고 오셨어요?"라며 나와 탐정놀이를 하는 아이가 있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 수사를 못 끝낸다. 산타 수염을 뜯어내면 확실히 알 수 있지만 그러진 않는다. (이런 행동을 하는 아이를 수년간 실제로 본 적은 없다.) 이 아이 앞에서 매소드 연기를 해야 할 것 같지만 아니다. 발연기를 해도 아이는 수사를 더 깊게 안 한다. 아닐 수도 있으니 관점을 바꿔 생각해 본다. 내가 너무 발연기라 수사할 필요도 없고 날 위해 모른 체 배려해 준 것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운다. 사건 7일이 지나 다시 찾은 사건현장에서 수업을 할 때 이 탐정을 만났다. 그는 갑자기 내게 날카로운 질문을 한다. "산타였죠? 어 맞는 거 같은데...???" (^-^;;) 아이는 아직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제사건으로 안 남기려던 이 아이 마음에도 산타는 존재했다는 결론으로 난 수사를 종료한다.
이런 순수한 아이들을 한 명 한 명을 바라보며 호흡을 가다듬고 말을 이어나갔다. 허허허하. 메리크리스마스~♬
선물 증정
사진 촬영
지체할 틈이 없다. 빠르게 건네주고 이 초행길을 빠져나가야 한다. 이제 험한 길 진입이다. 말을 많이 해야 한다. 선물을 증정하며 메시지도 전달해야 하고, 내 품에 잠시 안기거나 무릎에 앉히고 사진촬영도 해야 한다. 괜찮다. 시간은 무조건 흐르고 행사는 끝난다. 아이들과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예상치 못한 전개가 펼쳐진다. 더 가까워지기 때문에 들통날 가능성이 높아질 것만 같다. 아이의 눈빛이 코 앞까지 다가온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 그 뜨거운 눈빛에 두려움과 긴장, 초조가 녹기 시작한다. 더불어 선물마다 붙임쪽지의 메시지는 보고 그대로 읽을 수 있게 문장 형태로 되어있다. 원장님이 나를 배려해서 풀어써 놓은 것이다.
퇴장
새로운 길엔 무엇이 있을지 가봐야 안다. 이 길엔 즐거움이 있었다. 산타행사를 즐기기 시작했고 이미 이 문을 들어오기까지의 마음은 온데간데없었다. 마지막 아이의 사진촬영이 끝났다. 인사를 하고 교실문을 나가는데 멈칫. 이제 뭔가 좀 되는 거 같은데 아쉽다. 뒤돌아보며 한 방 크게 웃고 나왔다. "허허허허. 메리 크리스마스." 온몸에 흐르는 땀은 뼈에 달라붙어 보이지 않는 근육을 붙여주는 듯했다. 차에 타 산타모자(나를 짓눌렀던 두려움)와 산타수염(나를 숨기려는 마음)을 떼어내고 말한다. "루돌프야 속도 올려보자~이 바람이 상쾌도 하게~^O^"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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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후
"루돌프야 속도 올려보자 내려보자~상쾌도 한 기분 만끽하면서 가게~^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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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후
"고생하세요." 지국 동료들은 이제 재미없는지 얄.밉.게 웃지 않는다. 차에 타 산타 모자(나를 짓눌렀던 두려움)와 수염(나를 숨기려는 마음)을 착용한다. '패션의 시작은 마음부터 입어야 한다. 나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다. 마음에 즐거움부터 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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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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