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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화 내면의 집 마당극 #④-2

결석 게임 22_ 세상 마당까지...

by 이별난

세상 마당까지...


집 밖이 조용해졌다.


"어머니! 계세요? 열쇠 안 가져갔어?...... 나갈 수가 없네... 보고 싶다..."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후~우'

그나저나 대문은 잠겨있고, 담벼락도 못 넘어 나간다.

이제 방법은 뒷마당의 장독대를 통해 건넛집으로 나가거나,

산을 타는 방법이다.

다 막혀있을 것 같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수가 없다.


대체 술래가 되어 무엇을 잡으라는 건지 모르겠다.

잡을 거라고는 어린 나 자신밖에 없어 보인다.

연탄광 한 번 확인해 보고 뒷마당으로 가보자.


'폴짝, 쿵'

담벼락을 내려와 연탄광을 바라보았다.


[ '이건 또 무슨 소리지?' ]


1 [내면의 집 대문] 2

그때, 뒤에서 소리가 들린다.


[상처]의 시간


-제 5 막-

정지된 상처의 앞에 서서...


'부스럭, 부스럭'

"이건 또 무슨 소리지?"


난 돌아보았다. 놀라서 소리 지를 뻔했다.

한 남성이 등을 보이고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다.

순간, 그는 뭘 들킨 것처럼 잠시 멈칫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무엇인가를 계속 찾았다.


잠시 후, 검은 봉지를 꺼냈다.

내용물을 '쏙' 빼냈다.

허리를 펴며 나를 향해 돌아선다.


난 기겁하고 뒤로 한 발짝 물러나다가 넘어질 뻔했다.


머리가 없다. 내가 어릴 때 많이 입던 옷을 입고 있다.

그제야, 아까 본 구신 중 [트라우마(상처)]인 걸 알았다.

왼손 위에 머리를 올려놓고, 오른손으로 대문을 열고 있다.


'철컹'


굳게 닫혀 있던 대문이 처음으로 열렸다.

[상처]는 대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한쪽 발이 대문턱을 넘어간다.


순간, 난 열린 대문을 잡을 생각밖에 안 들었다.

대문을 잡으러 뛰기 시작했다.


'끼이~익.'


한 발짝 내딛자마자 바로 급 정거를 했다.

이번엔 몸이 앞으로 쏠려 넘어질 뻔했다.


[상처]가 나가다 말고 내쪽으로 몸을 틀었다.

목이 없는 형체가 한 손 위에 머리를 들고 나를 보고 있다.

아무리 환상이라고 생각해도 평정심 유지가 안된다.


-제 6 막-

내가 나를... [상처]를... 바라보며...


"으악!" [ ]


그 순간, 뒤에서 비명소리가 났다.


난 꼼짝 못 한 채 서있었다.

[상처]도 가만히 멈춰있었다.

들고 있는 머리에 비친 시계 화면도 4시 44분에 멈춰있다.

아니, 이 공간에 멈춰있는 게 하나 더 있다.


돌아보지 않아도 직감할 수 있었다.

뒤에서 어린 내가 이 장면을 보고 두려워하고 있다.

내가 나를... [상처]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돌아볼 틈이 없다.

그 사이에 [상처]가 나가고 대문이 닫히면, 난 또 갇힌다.


이제는 저 대문을 나가고 싶다.

자연스레 [상처]의 발만 뚫어지게 보기 시작했다.


아까 [두렴이]와 [헛심이]처럼 혹시 말을 할지 몰라서,

말을 건넸다.


"[상처]야, 혹시 내 뒤에 남자아이 있니?"


"ㄲ ㅏ ㅇ ㅏ 똑"


깜짝 놀랐다.

근데 이 소리? 너무나 익숙하다.

[상처]의 머리에 비치던 화면색상이 바뀌는 게 느껴진다.


시계 화면이 문자 화면으로 변한 걸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화면으로 눈을 절대 돌리지 않았다.

난 여전히 [상처]의 발만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카 아 똑"

문자알림음이 계속 울릴 뿐, [상처]는 아무 말이 없었다.


← 그룹채팅 9+1

과거

[체념]

₁ 그래 다들 낼 학교 갈 때 봐 오후 4:44


1988년 4월 4일


● [체념]

₄ 어디? 안 와? 1분 전

₄ 난 교문 도착 2분 전

₄ 나 너무 빨나? 3분 전

₄ 다들 왜 이리 안 와? 심심함 4분 전


-제 7 막-

사라진 시간, 읽지 못하는 메시지...


[체념]

₄ [상처]야 머리는 찾았어?


ㅇㅇ 지금 찾음 도중이 집에 있었네 ㅎㅎ 근데 도중이 연탄광에 숨어있다가 나한테 딱 걸림 ㅋㅋ 또 결석하려고 한 듯 ㅡㅡ 데려가려는데 아까 봤던 아저씨가 가로막고 있음 대략 난감 중 ㅜㅜ


◐ [체념]

₃ 아까 같이 걷던 아저씨? 지금껏 도중이 결석의 범인이 그 아저씨 아냐?


[헛된 욕심]

₂ 헐~대박 난 도중이 엄마가 범인 아니었어?


² 아까 어두워서 잘 몰랐나? 근데 이 사람 눈이 이상해 @.@ 뭐에 미친 사람 같아 ㄷㄷ 그리고 왕 짜증 남 ㅡㅡ! 그 눈으로 내 발만 뚫어지게 봄 OTL...


◐ [체념]

₂ 너 최고 트라우마가 발이잖아 대박


◑ [두려움]

₁ 미친 사람은 나도 두려워서 피하는 유형이야 일단 나와


◐ [체념]

¹ 그래 도중이 그만 포기하고 나와

¹ 알았어 금방 감~~


◐ [체념]

¹ 다들 빨리 와 나 피 마르면 안 돼

₁ 그런데 누가 아직도 안 읽음?


문자알림음이 쉴 틈 없이 오고, 글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난 [대문]만 바라보느라 읽을 수가 없다.


저 머릿속의 화면 말고 이 공간의 모든 게 정지된 것 같다.

[상처]와 나는 계속 이 상태로 대치만 하고 있었다.

거꾸로 가던 시계화면도 사라진 듯, 시간이 멈춘 듯했다.


"카아 똑, 똑, 똑"


그렇다고 계속 언제까지 이대로 있을 수가 없다.

설사 닫히더라도 가야 한다.

그래야 노크라도 할 수 있다.

이 집의 유일한 출구인 대문.

난 그것을 잡으려고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 순간,

[상처]가 몸을 틀고 대문을 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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