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석 게임 23_ 마당에서 마당으로...
아직 앞마당을 딛고 있던 [상처]의 한 발마저 뜨고 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달리기 시작했다.
[상처]의 두 발이 대문을 다 넘어갔다.
[상처]의 한 손이 문을 닫으려 잡아당기고 있다.
난 있는 힘을 다해 몸을 날려 슬라이딩했다
[상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몸이) 쿵, (바지가) 찌이익____, (손이) 쾅 '
대문사이에 손을 간신히 넣었다.
아플 새도 없이 대문의 밑부분을 잡았다.
앞으로 빠르게 기어가서 얼굴을 내밀고 대문 밖을 보았다.
'터덕턱턱'
[상처]가 휘청거리며 몇 발짝 앞으로 가더니,
재빨리 중심을 잡으며 나를 돌아봤다.
[상처]의 머리에 비친 문자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 [체념]
다들 빨리 와 나 피 마르면 안 돼 4분 전
그런데 누가 아직도 안 읽음? 3분 전
○ [좌절]
그러게 아직 한 명이 안 읽네 2분 전
○ [열등감]
나... 아니야 1분 전
방금 전 휴~야야 이 사람 미친 거 맞아
◐ [체념]
뭔 소리야?? 방금 전
[상처]는 뒤돌아 갔다. 가면서도 몇 번을 뒤돌아보는데, 꺾어진 골목길로 들어가면서 시야에 사라졌다.
그제야, 집 밖의 세상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많은 추억들이 머리에 스쳐 지나갔다.
이 동네가 내 기억의 시작점이었다.
난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리고 내 도망의 시작점을 바라보았다.
어린 도중이 들어가 숨어있는 연탄광을 보며 말했다.
"이제 아저씨 갈 거야. 안심해도 돼. 근데 아저씨 좀 아파. 아주 잠시만 쉬었다 갈게"
바닥에 몸이 부딪히고, 쓸리면서 바지가 찢어졌다. 무릎에 상처가 났고 피가 나고 있다. 몸을 날릴 때 생각보다 세게 부딪혔나 보다. 그리고 다른 데보다 문에 찧었던 손등이 욱신거렸다.
여전히 대문을 꽉 붙잡고 있는 손등을 보니,
빨간 일자선이 선명하게 파여있었다.
세상의 마당과 이 집 앞마당.
그 사이에 이 대문이 있었다.
지금 꼭 잡고 있는 이 문을 바라보았다.
통증이 점점 약해지더니, 아픔이 서서히 강하게 밀려왔다.
가슴이 세게 부딪힌 것도 아닌데, 찢어질 듯 아프다.
그리고 소리 없는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마당에서 마당으로...
어머니...
어머니가 아파트 5층에서 떨어질 때 장면이
[상처]의 머리에 비치는 화면처럼,
내 머리에 영상처럼 재생되기 시작했다.
도박하면서 빚이 해결 안 됐을 때,
어떻게든 모성애를 자극하려 했다.
돈을 뜯어내려고 힘든 척 연기를 했다.
집 현관문을 열고 어머니가 먼저 다가와 줄 때까지,
세상 다 잃은 척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내 보잘것없는 발만 하염없이 쳐다보지만 않았어도...
어머니의 발이 베란다 바닥에 붙어있는 걸 봤을 것이다.
내가 뒤늦게 봤을 땐,
이미 그녀의 발이 땅에서 뜨는 순간이었다.
난 잡을 수 없었고, 어머니는 이 땅 아래로 떨어졌다.
어머니를 잡을 수조차 없던 날이 또다시 마음을 후벼 판다.
이 앞마당의 저 수도꼭지를 연 것처럼,
소리 없는 눈물이 계속 흐르기 시작했다.
이 상처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잘라내 버리고 싶었다.
돌이킬 수 없는 그 시간을
뇌에서 뽑아버리고, 삭제하고만 싶었다.
[상처]의 머리가 없던 건,
어쩌면 내 마음의 형상이었던 걸까?
[상처]의 머리에 비치던 시계가
거꾸로 가든, 제대로 가든
이 상처는 없앨 수가 없는 거였다.
괜찮다고, 이겨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상처]는 이렇게 자기 머리를 찾으러 돌아온다.
입구와 출구 사이...
입구로 들어가면 반드시 출구로 나온다고만 생각했다.
어떤 문을 들어가 끊임없이 출구를 찾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근데 때론 입구가 출구인 곳이 있었다.
이곳이 그런 곳이었다.
끊임없이 도망쳐 출구를 찾아 헤매지만,
결국 이곳은 입구가 출구였다.
내가 술래라는데 뭘 잡으라는 지 난 여전히 모른다.
이 대문은 잡았지만, 잡을 것이 또 얼마나 많을까?
내 인생의 많은 문들 어찌 다 잡을까?
여전히 두려운 일이 계속되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렇게 몸을 날리는 거다.
끝이 없는 길이기에 내 인생의 9라운드는 계속 이어진다.
계속 앉아 있을 수만 없다. 일어났다.
나...
나가기 전에 연탄광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어린 나에게 내가 구신이었을 수 있다.
꼭 말해주고 싶은 말보다 중요한 게,
내가 나를 막지 말아야 하는 것이었다.
저 아이 나 아니었으면,
지금 잘 숨어서 즐거워했을 것이다.
내가 구신을 두려워했듯,
저 아이는 나를 보고 두려워했을지 모른다.
어쩌면,
특정 시점의 어떤 감정은 내가 나에게 주고 있는지 모른다.
저 아이는 지금 느끼고 있을 두려움, 공포의 근원지가
나였는지 모르고 살아갈 것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 또한 미래의 내가 나를
찾아온 것일 수 있다는 상상을 해본다.
"아저씨 간다. 넌 잘 해낼 거야. 포기하지 말고. 이제 앞마당 나와도 돼. 잘 있어."
문을 두 손으로 잡았다.
지금 이 대문을 잡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내게 혹시 마당에서 마당으로 가는
마당극의 다음 막이 열린다면 이렇게 시작하자.
대문을 활짝 열며...
또다시 한 걸음 내딛고
문을 활짝 닫고
문을 굳게 열고
내 삶의 마당에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푸른 눈빛 4-1권 끝
감사합니다.
.
.
.
이:순간 여기 추화네 집 앞 근데 아무래도 도중이 걱정돼서 안 되겠어 늦지 않게 갈게
◐ [체념]
아휴 맘대로 하삼 이:순간
◐ [두려움]
야! 그 사람 미쳤다며?? 이:순간
이:순간 첨엔 몰랐는데 그 사람도 도중이랑 같은 곳에 흉터가 있었어
◐ [자책]
헐 그 상처 네가 만든 거야? 이:순간
이:순간 ?? 사람마다 그런 흉터 하나쯤 다 가지고 있는데 같은 곳에 생기는 게 아니거든
이:순간 그 미친 사람 그 사람도 도중이 같아
◐ [후회]
ㄷㄷ 그래서 후회하고 있는 거야? 이:순간
◐ [좌절]
OTL...ㄷㄷ그래서 뭘 어떻게 하려고? 이:순간
이:순간 뭐가 그래서야? 만약 맞다면 도중이가 자신을 해치면 어쩌려고?
● [헛된 욕심]
ㅎㅎ 네가 무슨 빛이라도 되냐? 넌 그냥 상처일 뿐이야 그냥 도중이 버리면 되지 이:순간
이:순간 야! 너 문자화면 봐봐 네가 쓴 글 바탕색 보여?
이:순간 난 나를 노란빛으로 봐 [상처]도 빛이 될 수 있어
● [헛된 욕심]
ㅋㅋ 그래 열심히 해라 이:순간
◐ [죄책감]
노란색을 아무리 봐도 난 내가 항상 검은색 같은데... 이:순간
이:순간 빛의 색이 다 다를 수 있어 검은색도 색인데 왜? 넌 너를 검은 어둠으로 보는 거잖아 검은빛으로 봐봐
◐ [열등감]
상처야.. 어.. 어.. 근데.. 나 까짓것도 그 빛... 될 수 있을까...?? 이:순간
이:순간 물론이지
.
.
.
.
.
.
.
.
.
.
.
.
.
.
.
이 빛 사이로 오래간만에 반가운 안내방송이 들려온다.
안내방송
이제 1,2,4,3의 문을 다 통과했습니다.
당신의 삶을 축복합니다.
앞으로 당신의 삶에 있을 5, 6, 7...
무수히 많은 문도 활짝 여시길 바랍니다.
이제 결석의 길에 진입합니다.
결석의 길... 무엇을 말하는지 듣는 순간 알 수 있었다.
그 길이 바로 내 눈앞에 예전 그대로 모습으로 펼쳐있다.
난 그 길에 한 걸음 내딛고
<계속...>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