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초3 두 아이에게 소리 지르던 날

by 여울

그제 아침이었다. 중3인 큰 아이가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고 목이 아프다고 했다. 내가 봐도 상태가 안 좋아 보였는데 우리 부부는 교회를 가야 한다. 신랑은 지휘, 나는 반주. 큰 아이를 혼자 병원에 보냈다. 사람이 많아서 대기 시간이 길다고 했다. 교회를 빠지고 집에서 쉬라고 했고 다른 세 명은 부러워했다. 집순이 집돌이들이라 아프고 교회랑 학교를 안 가는 것이 좋다고 했다. 큰 아이는 집에 11시 정도 돌아와 약을 먹고 3시까지 잤다고 했다. 미열도 있었다. 그런데 그날 밤 온라인 친구들과 게임을 하고 노는데 11시까지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파서 교회도 못 간 아이가 2시간을 게임을 하고 있으니 나는 화가 났다. 아프면 쉬라고!!!!! 아프다는 아이가 옷은 제대로 입지도 않고 밥도 제대로 안 먹고 게임을 하고 있으니 화가 났다. 아이는 이번이 막판이라며 곧 끝난다고 했는데 그 말을 15분 넘게 해서 나는 더 화가 났다. 일주일간 온라인 게임 금지령을 내렸다.


어제 아침. 열이 38도까지 오르면서 더 아프기 시작했다. 당연히 화가 또 났다. 아프면 쉬어야지!!! 왜 게임을 하고 그러냐!!!라고 소리 지르지는 않았고 잔소리만 조금 하고 쉬라고 했다. 다른 세 아이는 또 부러워했다. 사실 나도 좀 아프고 싶긴 했지만 이번 주는 절대로 아프면 안 된다. 출장과 회의가 날마다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안 아프려고 버티는 중이다. 연이은 회의를 끝내고 밀린 일을 처리하고 집에 오니 6시가 살짝 넘었다. 그때 큰 아이가 부스스한 모습으로 내게 말했다. "독감 검사는 혼자 못 받으니까 부모님이랑 같이 오라고 했는데." "뭐?????" 그걸 왜 이제 말하니. 낮에 전화로라도 톡으로라도 말을 해야 일은 미루고라도 퇴근을 하던지 아니면 너를 미리 병원에 보내고 나는 병원으로 바로 가지. 월요일은 진료마감이 일찍 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병원에 전화했더니 이미 마감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큰 딸이 오늘 병원에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시 물어본다. 어제 병원에서 들은 이야기란다. 나는 여기에 한 번 더 열이 났다. 아니.... 그 중요한 이야기를 왜 오늘 퇴근하고 나서 하는 건데!!!!! 어제는 게임하느라 정신이 팔려서 이야기를 안 하고 오늘은 뭘 하느라 안 하고!!!!! 그런데 어쨌거나 열은 내렸다고 한다. 내가 봐도 독감임이 의심이 되는데 그 사이 그냥 혼자서 열이 올랐다 떨어진 것이다.


그런데 막둥이가 벗어놓은 옷의 흔적들이 보였다. 뭔가 싸한 느낌에 아들에게 물어본다. 즐겨 입던 잠바를 어제 차에 놓고 간 것을 오늘 퇴근길에 발견해서 가져왔기 때문이다. "너 오늘 이 까만 잠바 입고 학교 갔니?" 막둥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럼 뭐 입고 학교 갔니?" 그냥 상의만 두 벌 껴입고 학교를 간 것이다. 아아.... 나는 2차 충격에 그만 머리끝까지 화가 나 버렸다. "엄마가 이거 입고 가랬지!!!!!" 막둥이는 옷을 대충 입고 다니려는 경향이 있었다. 문제는 자꾸 코를 훌쩍인다는 것이다. 가끔 기침도 한다. 나는 막둥이 엉덩이를 팡팡 때려주었다. 지난번에 "좀 춥더라."라고 또 잠바를 안 입고 갔던 날 했던 이야기가 환청처럼 또 들리는 것 같았다. 아니, 이 아이는 상식이라는 게 없는 아이인가??? "나는 몰랐지."라고 태평하게 대답하는데 화가 진짜 두 배로 났다. 잠바를 안 입고 가면 엄마가 화를 낸다는 것을 알았으니 이젠 입겠지. 제발 좀 입어라...... 문득 한겨울에도 반팔만 입고 다니는 우리 반 ㅁㅊ이 생각이 났다. 그 어머니 정말 얼마나 속이 타실까.....


보통 내가 화를 내는 주원인은 첫째와 넷째이다. 큰 아이의 태평함과 막둥이의 무신경함. 아, 같은 의미이던가. 아, 갑자기 또 뒷목이 당기는 것 같네.


글을 쓰는 아침... 큰 아이가 또 스르륵 일어나서 나온다. 이제 컨디션은 아주 좋아졌단다. 다행이다. 내가 침 삼킬 때 살짝 목이 아픈 것 같은 느낌은... 그냥 느낌만이겠지.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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