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감사함

SNOW by Zion.T (feat. Lee Moon Sae)

by 오정연


눈이 올까요?

우리 자는 동안에 눈이 올까요?

그대 감은 눈 위에 눈이 올까요?

아침 커튼을 열면 눈이 올까요?

잘 봐요, 밖이 유난히 하얗네요

눈, 눈이 와요

...

눈이 와요 (oh)

창밖에도 눈이 와요

어제 우리말한 대로

차를 한 잔 내려드릴게요 - `자이언티 `눈` 가사 일부


https://youtu.be/fiGSDywrX1Y?si=-MTVGN5tB1CaX15_

Zion.T – '눈(SNOW) (feat.이문세)' M/V


자이언티의 노래 `눈` 작업 노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누군가에게 `눈`은 단지 느리고 조용한 음악으로 기억될 수도 있겠지만 이 음악을 준비한 사람들에게는 의미 있는 기록입니다`.


그는 순간순간의 경험을 한 톨도 놓치지 않고 의미를 부여하는 섬세하고 감성적인 아티스트다. 자이언티가 만든 또 다른 노래 `양화대교`. 택시기사인 자신의 아버지가 자주 건너던 상징적인 공간과 연결된 `가족애`가 느껴지는 곡이다. `행복하자 행복하자 우리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가사처럼 아버지의 피땀 어린 노고를 알아주는 아들이 음악으로 자신의 가족과 또한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고단한 이들을 다독인다.


그가 다정하게 그리고 친절하게 써 내려간 2017년 12월 발표 `눈` 앨범 작업노트 내용을 좀 더 추가한다.

`처음 곡을 떠올릴 때는 설레는 감정과 슬픈 감정을 동시에 표현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현재진행형의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지나간 사랑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동시에 공감하면 좋겠다`.

노래를 듣고 있는 순간 연상되는 다양한 감정들을 아우를 수 있는 또 다른 아티스트 `이문세 님`와의 콜라보 과정 또한 근사하다.


`1절은 내가 부르고, 2절은 누가 부르면 좋을까. 지나간 사랑을 담담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 누가 있을까. `이문세`선배님. 다행히 나를 아셨다.

초등학교 다닐 때 가족들과 놀러 간 노래방에서 `조조할인`을 부르던 때를 생각하면 그분이 나의 음악을 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눈`이라는 곡을 썼는데, 머릿속에 선배님 목소리가 울립니다. 함께해 주세요.”,

“그래 겨울 연인들을 위한 곡을 만들자.” -앨범소개 중에서


우리 모두는 가깝고 먼 관계 안에서 주고받는 영향이 크다.

어느 날 보고 싶은 전시회를 발견했을 때, 혼자 가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누구랑 가지?` 함께 할 사람을 먼저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늘 상 먹는 밥도 `누구랑 먹지?` 고민하는 이가 있을 것이다.

함께 걷고 싶고, 함께 보고 싶고, 함께 나누고 싶은 누군가를 말이다.


30년 차이나는 후배가 작사 작곡한 음악을 한 구절씩 나눠 부르고 싶은 선배에게 `함께해 주세요` 요청하고 `그래 만들자`로 화답한 그 과정이 정겹고 아름답다.

자이언티에게 간택된 `이문세` 님은 나의 소녀시절 덕질 대상이었다. 책받침을 사고, 카세트테이프를 사고, 브로마이드를 벽에 붙이는 아주 소소한 즐거움이었지만 지금 떠올려 봐도 흐뭇하고 행복한 순간을 그분으로 인해 선물 받았었다.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사랑이 지나가면`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했던 `붉은 노을`. 지나왔던 시절이 고스란히 연상되는 그 곡들이 있어 감사한 마음이다.


개인의 경험에 따라 다르겠지만 하는 일이 막히거나 방향이 보이지 않을 때,. 어떤 이는 멘토처럼 찾는 이가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나의 이십 대엔 멘토가 없었다. 그래서 그 시절 나는 내 삶의 방향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마음으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인생의 구심점, 가치관 등을 정돈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음악치료`를 이름 모를 매거진을 통해 알게 되었고, 3년 정도를 퇴근 후 `한국임상예술학회 스터디` 나 `평생교육원 심리학 강의` 에 참여하며 몰랐던 분야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 나아갔다.


시간이 흘러 내 갈증의 무게는 자연스럽게 심리학이나 `나에 대한 이해`로 옮겨졌고, 결국 서른이 되어서는 석사과정으로 `상담심리학`을 전공할 결심에 이르렀다. 돌이켜 보면 30대에 접어든 나에게 상담심리를 함께 공부하던 동기들과 그 시절 대학원의 분위기가 탄탄한 멘토 역할을 해주었다. 우리는 학업을 `함께` 하면서 `같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배움의 재미`도, `나누는 즐거움`도 같이 했었다.


대학원 동기들 모두 선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지만 나에게 좀 더 특별한 친구가 있었다. “언니 지난번 가고 싶다던 대학에 근무하게 되었다면서요. 정말 잘 됐어요. 하하 너무 축하해요”. 내게 생긴 기쁜 일을 자신의 일 마냥 신나게 맑게 웃어주던 전화 목소리. 그녀는 뇌병변과 중풍으로 길게 투병 중이셨던 부모님을 꽤 오랫동안 부양하면서 우리가 소위 말하는 `법 없이도 사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녀가 대학원 동기들과 들린 노래방에서 이승환의 `세 번째 소원`을 청아하게 불렀던 모습이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다..


`첫 번째 내 소원은 나 없는 곳에서 아프지 말아요. 언제라도 그대 지켜 줄게요 건강해요 나의 사랑` -이승환 `세 번째 소원` 가사 중에서


그랬던 그녀는 몇 년 전 면역체계의 이상 반응인 `루프스 `증세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달리했다. `언니~ 병원에 종합검진 하게 돼서 2주 뒤에 보도록 해요`. 웃으며 헤어졌던 그날이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2달 가까이 연락이 되지 않고 증발해 버린 그녀를,

그럼에도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병원에서 검진하다 증상이 위중해 급작스레 입원하게 되었고, 급격하게 상황이 나빠져서 50일의 사투 끝에 더 이상 그녀를 볼 수 없게 되었다는 소식을 한참 후에야 고인의 가족으로부터 전해 들을 수 있었다.


타인은 늘 더 할 수 없도록 살피고 돌봤지만 스스로를 챙기지 못했던 그녀를 떠올리면 울컥함에 마음 한 켠이 아린다.

노래방에서의 그날 `지켜 줄게요. 건강해요`라 노래 불렀던 그녀와 이제는 함께할 수 없음에 휑한 빈자리가 느껴진다.

`차를 한잔 따뜻하게 내어 주고 싶었던 그녀`는 이제 함께 할 수 없지만 열심히 살다 간 그 자리를 기억하는 대학원 동기들과 함께 그 이름을 추억한다.

아름다운 그 이름 `김. 형. 옥`을


살아가다 간혹 좋은 것을 발견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혹은 자신이 아주 의미 있는 일을 할 때 떠올려지는 사람.

`함께` 나누고, 걷고, 먹고,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어지는 사람. 지금 이 순간 그 이름 석자를 불러볼 수 있다면 당신은 정말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만약 지금 생각나지 않더라도 과거에 `함께` 했던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면, 앞으로의 미래에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그 또한 축복이다.



복잡한 세상 살아가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를 건네고,

좋은 일을 함께 축하하고,

내 옆에 있는 이의 슬픔에 살며시 곁을 내어주고,

서로의 앞길을 응원해 주는

`함께` 하는 대상이 적어도 하나 이상이기를.

그런 넉넉한 세상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의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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