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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트라 Nov 22. 2023

저는 요새 정신이 무너져 있습니다.

편견에 대하여


"왜 나만 사람들을 이해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그 사람들은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도 하지 않는데,

왜 나만 그 사람들을 이해해야 하고 넘어가줘야 하는지 모르겠어."



최근에 저는 소개팅을 믿을만한 사람에게 받아, 직업이 경찰분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날 대화의 흐름이 기분이 좋아 술을 마신 탓이었겠죠. 처음 보는 남자 앞에서 공황장애가 심해져 발작을 했습니다. 응급차 안에서 산소호흡기를 꼽고 괜찮다고 말한 저를 보고  남자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저는 요즘  남자 때문에 망가진 정신으로 매일 새벽에 울면서 밤을 새웁니다. 오늘은 편견에 대해 말해보고자 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편견 어린 시선 속에 파묻힌 성장 환경이었기에 편견과 선입견을 혐오합니다. 이런 시선을 내비친 사람을 정말 죽일 듯이 팰 정도로 극도로 싫어합니다. 특히 제 친부는 사람들에게 그런 편견을 심어줄 만큼 너무나 해로운 사람이었고요. 가정 폭력범에 외도에, 조현병까지 있었던 인간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동네 사람들은 저희 집을 욕하기 바빴지요. 그리고 엄마가 이혼한 이후로는 이혼녀의 자식, 이혼녀가 키우는 딸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로 살아야 했고요.


저는 늘 그런 시선 속에 갇혀 있었습니다. 편견을 가진 인간들은 제게 가능성이 있다는 걸 보려고도 하지 않았죠. 늘 불쌍하다고 동정만 주더군요. 저는 그런 엿같은 동정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저는 제 뒤에 붙은 수많은 꼬리표를 무시하고 저 자체를 봐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덕분에 그런 시선을 가진 사람들과 투쟁하면서 살아왔고요. 저는 그런 인간들을 말이든 물리적으로든 한 번 경찰서에 갈 각오로 죽도록 비난합니다.




게다가 제 엄마는 조현병으로 정신병원에 한 달 동안 입원한 전적이 있던 친부 때문에 정신과, 정신병원에 대한 트라우마가 심합니다. 저는 지금 자살 시도를 할 정도로 정신이 다 무너져 내린 상태이기에, 정신병원 입원까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걸 엄마가 받아들일지 모르겠군요. 네 애비랑 똑같다면서 저를 비난할까 봐요. 제가 잘못한 게 아닌데 말이죠. 저는 그냥 태어났을 뿐인데 하필 부모가 엿같은 걸 어떡하죠.


지난주에 소개받은 그 경찰인 남자에게 발작 증세를 보였을 때,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침착하게 대응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제가 괜찮은지 확인한 뒤에는 그다음 날에 바로 칼 같이 자르더군요. 그 남자 덕분에 정신이 더 무너져 내렸습니다. 저는 정신병자가 아닙니다. 저는 여태까지 30살 넘게 살아오면서 곪았던 것들이 한꺼번에 터져서 무너져 내린 것뿐이죠.




처음에는 그 남자가 이해가 갔습니다. 그런데 점점 화가 나네요. 저를 정신병자로 봤기 때문에, 제가 받아왔던 모든 편견을 그 한마디에 모두 담았기 때문에 너무 화가 납니다. 인성이 쓰레기인 그 남자의 밑바닥을 잘 구경했지요. 평소 같았으면 피했을 겁니다. 하지만 정식으로 사과를 받아내려고 합니다.


흔히 줘도 안 먹는다고 하지요. 저는 그 남자에게 더 이상 관심이 없습니다. 저는 저한테 그런 편견을 보인 것에 대한 사과를 받아낼 예정입니다. 제가 왜 낯선 남자에게 그런 편견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왜 늘 본인의 주장은 내세우고 이해해 달라면서, 왜 저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따위로 이기적으로 사니 외롭게 사는 게 아닐까요. 인간에게 외로움이란 본연의 감정이 아니라, 다 본인이 만들어낸 허상 따위라고 생각합니다.




늘 사람들은 제게만 본인의 감정을 강요하죠.


"네가 이해해.", "네가 참아.", "나중에 대화하자."


전 너무나 화가 납니다. 왜 본인의 상황을 이해해 달라고 강요하면서 양해해 준 사람에 대한 예의는 없을까요. 왜 한 사람의 정신을 다 무너져 내리게 만들죠? 예의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그 인간들은 부모에게 교육을 받지 않았나요? 저는 사람들이 너무 싫습니다. 그리고 무섭고요. 저는 늘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 왜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난사질을 해대는 사람들이 너무나 혐오스럽고 싫습니다.




그 남자는 무슨 생각으로 그따위로 행동했을까요. 아마 그런 편견을 내보이지 않았다면 제가 며칠 전에 자살 시도를 하지 않았을 겁니다. 한 사람의 말 한마디와 태도가 이만큼 다른 사람의 정신과 육체를 죽입니다. 저는 그 남자에게 화를 넘어 분노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사과를 받아야겠습니다. 저는 고작 그런 남자 따위한테 평가받을 사람이 아니니까요.


세상은 말합니다.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겠냐고요. 아니요, 그런 말을 지껄이는 인간들은 단언컨대 무서워서 피하는 겁니다. 맞설 용기가 없어서 합리화하는 겁니다. 저는 정신병자가 아닙니다. 그리고 조현병도 아니고요. 당신들이 흔히 걸릴 수 있는 공황장애가 심하게 와서 우울증도 같이 겪고 있는 겁니다. 제발 본인의 부모 욕을 하지 않게 해 주십시오.



저는 당신들에게 함부로 평가받을 사람이 아닙니다. 당신들의 그릇에 담을 수 없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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