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애(殉愛/純愛)

나와 탄

by 평일

10.

-형은 다시 태어날 수 있으면, 뭘로 태어날래.

-다시 안 태어난다는 선택지는 없는 거야?

-아무래도, 그쪽이 좋긴 해? 그치?

- …

-형, 형!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가만두면 침까지 흘릴 기세네.

-나는 고양이.

-형이 왜 고양이야.

-중에서도, 길고양이로.

-아, 아직 그 생각하고 있어?

-음, 역시 길고양이가 좋겠어.

-길고양이? 왜?

-그냥,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고, 내키는 대로 안길 수 있잖아. 안기면 사람들이 막 맛있는 거 사주고, 사진 찍어가고.

-형은 굳이 안 안겨도, 안아주는 사람들 많잖아. 특히 여성분들이 틈만 나면 그렇게…

-오, 우리 지성인들끼리 주먹은 쓰지 않는 쪽으로 할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형이 때리면 그거 특수 폭행이다?

-음, 길고양이라… 너무 빡세지 않을까?

-뭐, 어때. 나쁘지 않을 거 같은데.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담벼락도 와다닥 타고…

-그런가…

-너는 뭐로 태어나고 싶은데?

-나는 그럼 형 몸에 기생하는, 진드기로 태어날래. 길고양이면… 뭐, 진드기 약 맞아 죽을 일도 없겠네. 가만히 앉아서, 형 피나 쪽쪽 빨아먹어야겠다.

-재주는 내가 부리고, 피는 너가 빠는 거야?

-그렇… 와 벌써 군침이 싹 도네. 얼른 탄 몸에 기생하는 진드기로 태어나고 싶다.

-어이없는 새끼네 이거ㅋㅋㅋ 이제 들어가자. 춥네 추워.

-왜 그쪽으로 가. 형 집 반대편이잖아.

-학원 가야 돼, 아직 할 거 남았어.

-그냥 오늘은 집에 가자. 내가 데려다줄게.

-됐어, 먼저 들어가.

- 야.

-고맙다.

-뭘 먼저 들어가, 같이 들어가자. 나도 학원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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