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탄
14.
3학년에 올라오고 나선, 가끔씩 정신이 아득해질 때가 있었다.
잠깐 대화의 흐름을 놓치면, 대화를 하고 있는 상대가 바뀌어있다거나, 분명 오늘은 수요일이었는데, 아침에 눈을 떠서 달력을 봤을 때 금요일이 되어있다거나, 방금 아침을 먹으며,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았는데, 다시 한번 바깥 풍경을 보았을 때는 땅거미가 내려앉아 가로등이 켜져 있던 일들이 종종 있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9월이 되고 나서는, 이런 일 희한한 일들이 조금씩 잦아들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대신 하연이는 이맘때 즈음에 내가 조금 무섭다고 했었다. 어딘가 많이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고 했었나. 하연이에겐 조금 미안했지만, 솔직히 나는 하연이가 하는 그런 말들에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나는 돌아올 거니까. 이번 시험이 끝나면, 탄과 함께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올 거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