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정아
34.
-정아야.
-응?
바람이 살랑하고 기분 좋게 우리 둘 사이를 스쳐 지나갔고, 그 바람에 정아의 머리카락이 흐트러졌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아의 귀 뒤로 넘겨주었다. 정아가 엷은 미소를 띠고 날 바라봤다.
-너네 어머님은 어떤 분이셔?
-우리 엄마? 좋은 분이시지.
좋은 어머니를 뒀다는 것보다, 고민 없이, 대답을 바로 할 수 있는 정아가 부러웠다.
-그렇구나. 어머님이 좋은 분이셔서, 너도 그렇게 좋은 사람이구나.
-뭐야? 오늘 이상한데? 왜 이렇게 로맨틱해? 무슨 좋은 일 있었어?
-원래 그랬구만 뭘.
-아닌데~ 오늘 유난히 훨씬 더 그런데~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
-그럼, 맨날 날씨 좋았으면 좋겠다.
-근데 엄마는 갑자기 왜?
-아니, 그냥. 어떤 분인가 궁금해서.
-너네 어머님은 어떤 분이신데?
-음… 우리 엄마도 마찬가지야.
-어머니 미인이시지.
-글쎄, 그런 편이었던 거 같은데.
-그럴 거 같았어.
-왜?
-장미 심은 데에, 호박꽃이 날 일은 없으니까.
이상할 부분 없었던, 정아의 말이, 나에겐 왜 이렇게 두려웠는지, 무서웠는지. 아마 넌 몰랐겠지. 그건 로맨틱한 나도 아니었고, 좋았던 날씨 탓도 아니었다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