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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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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Jun 20. 2023

순애(殉愛/純愛)

나와 정아

36.

2학기가 거의 끝나갈 때 즈음, 나는 정아와 나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더욱더 많이 하기 시작했다.

정아가 나에게 점점 더, 많은 걸 요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럴 때면, 내가 그 아이를 얼만큼의 크기로 사랑하는가를 증명해 내야 했고, 정아가 나에게 마음을 보낼 때면, 나 역시도, 그 크기만큼의 마음을 정아에게 돌려보내야만 했다.

정아에게 내 마음을 보낼 때면, 나는 어려운 리듬게임을 하는 사람처럼, 정아의 템포에, 내 탬포를 욱여넣어야 했다.

사실, 이런 것들은 어느 정도는 버틸만했다. 어쩌면 나도, 정아만큼은 아니더라도, 조금은 비슷한 류의 감정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정아가 은근히 내 손을 잡는 것과,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하는 포옹은 별개의 문제였다. 정아는 이 시기에, 나에게 이유를 물어오기 시작했다. 어디 아픈 곳이 있는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지.

그럴 때면,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이건 그 아이의 잘못이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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