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순애
106.
그랬던 게, 다섯 번째였나, 여섯 번째였나.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집에는, 내가 본 적 없는 물건들이 쌓여갔다.
칫솔이라던가, 어디에 쓰는 건지 감도 잡히지 않는 화장품이라던가. 1.5/1.5인 내가 쓸 필요가 없는 안경이라던가. 이미 차고 넘칠 만큼 많았던 보조배터리같이.
-뭐야, 이건 왜 두고 간 거야.
라고 말했을 때, 내 손에 들려있던 건, 게맛살이었다. 누군가 두고 간 게맛살을 까먹으며, 소파에 앉았을 땐, 갑자기 모든 게 귀찮아졌다.
1학년이 끝나고 나서는 곧장 군대에 갔다. 남들은 가기 싫어서 발악을 하던 군대를, 나는 비교적 아무렇지 않게 들어갔다. 알았다고 누군가 와 줄 사람은 없었지만, 아무도 모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