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순애
107. (나와 순애 / 시작)
원래의 예상과 다르게 길어진 글을 써 내려가며, 이따금씩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를 잃어버릴 때가 있다.
아마 내가 너를 예전만치는 떠올리지는 않나 보다. 물론 진작 그걸 원하긴 했지만, 아직은 안 된다. 아직까지 넌 내 기억 속에 오롯이 담겨있어야만 한다.
그러니까, 이름 모를 여러분에게, 내 삶에 대한 장황한
이야기를 늘어놓아여만 했던 이유는, 모두 이름 모를 여자아이 하나 때문이었다.
순애,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순애. 하지만 절대로 가질 수는 없는 순애 때문에.
지금까지 내가 써왔던 글이 회고였다면, 지금부터 내가 쓸 글들은, 일종의 커다란 사랑고백이자, 순애에게 보내는 맑고 묽은 저주이다.
물론 순애가 이 글을 읽을 일은, 앞으로 절대 없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