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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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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Oct 10. 2023

순애(殉愛/純愛)

나와 순애

110.

일상은 따분하고 지루하다. 이런 권태로움이 극에 달할 때면 이어폰을 꽂고 검정치마 노래를 듣는다.

  -가끔씩 내리까는 눈을- 나는 조심스레 살피고-

검정치마 노래를 들으며, 치즈 타코야끼를 먹으면,

대부분의 안 좋은 기분들이 잠시나마 안 좋은 날씨가 맑아지듯 한다. 본가를 떠나오고 난 이후로 가장 불편한 점이 있다면, 치즈 타코야끼를 먹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대량으로 사재기를 해서 냉동실에 얼려둘까도 고민했었지만, 그건 내가 좋아하는 몇 안 되는 것에 대한 모욕이란 생각에 그만두었다.

혼잣말이 늘었다. 잘 하지 못하는 요리를 할 때나, 그나마 능숙하게 하는 청소를 할 때나. 평소에는 의식을 하지 못하다가, 가끔 내가 혼잣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할 때면, 할매와 내가 닮은 구석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가슴이 조금 아리다. 당신이 습관처럼 짓던 혼잣말이, 당신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발버둥이었을까

싶은 마음이 들어서 그렇다. 나는 조금 그렇거든.

  -화창한 날씨 덕에 기분은 나쁘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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