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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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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Oct 12. 2023

순애(殉愛/純愛)

나와 순애

112.

기다린 시간이 무색하게도, 더 이상 사람은 오지 않았다.

  -순애님은 또 안 오셨네··· 이러면 좀 곤란한데··· 먼저 시작하실까요? 저번이 25페이지까지 읽었으니까 26페이지 읽을 차례 맞나요? 오늘은 파울로님부터 부탁드릴게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실까요? 책 관련해서 따로 이야기 나누고 싶으신 주제 있으시면, 편하게 생각해 오셔도 좋구요. 고생하셨습니다. 다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독서활동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물었다. 짜낼 수 있는 생각을 다 쥐어짜서, 머리 속에 더 이상 물어볼 생각이 없는 멍한 느낌이 좋았다.

봄 특유의 먼지 냄새가 났다. 썩 나쁘지 않은 냄새였다.

순애라는 이름이 문득 툭 하고 떠올랐다. 어떤 사람이 그런 촌스러운 이름을 쓸지, 남자일지 여자일지, 어쩌면 할머니가 닉네임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본명을 닉네임처럼 쓰고 있을지도··· 계획에 없던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다. 다음 번 활동 때는, 순애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을 때, 쥐고 있던 아이스크림이 녹아서 손에 떨어졌다.

저만치에 우리 집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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