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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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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Oct 13. 2023

순애(殉愛/純愛)

나와 순애

113.

주말에는 간만에 본가에 다녀올 작정이었다.

거기에 남아있는 건, 타코야끼 집밖에 없었지만, 아니 사실은 타코야끼도 남아있을런지 모르겠지만, 무언가 더 이상 견디기 힘든 기분이 들었다.

기차에서 내려서 4년만에 도착한 우리 동네는 어딘가 조금씩 달라져있었다. 걷다 보니 이곳저곳에서 생각보다 많은 부분이 변해있길래, 타코야끼집과 가까워질수록, 거기도 다른 가게들처럼 어디론가 무심히 사라졌을까 싶은 두려움이 커졌다. 아닌 게 아니라, 이만큼 왔을 때면, 보였어야 할 붉은 간판이 보이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다행히 타코야끼 집은 상호와 간판이 바뀐 채 그대로 있었다.

  -어? 뭐야. 오랜만에 오셨네요?

  -여기 주인 바뀐 거 아니었어요? 앞에 상호랑 간판 다 바꼈길래 다른 분이 하시는 줄 알았어요.

  -이름만 바꿨죠. 좀 촌스러운 거 같길래.

  -아··· 다행이다···

  -잘 지내셨어요? 몇 년 만이야 이게~

  -네, 잘 지냈죠. 사장님은 잘 지내셨어요?

  -그럭저럭 지냈죠. 어휴 이젠 체력이 안 되서··· 이것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어, 안 되는데. 평생 하셔야 돼요. 사장님 때문에 다른 집 타코야끼가 맛이 없어요.

  -에이, 뭐 그 정도까지라고~

  -진짜예요. 저 서울 올라가서 타코야끼 한 번도 못 먹었어요.

  -기분은 좋네요.

  -혹시 나중에 뭐 이사 가시거나, 장사 안 하실 거면··· 어 잠시만요. 사장님 혹시 종이랑 펜 하나만 빌릴 수 있을까요.

  -네? 네, 앞에 있는 거 쓰세요.

  -이거 제 전화번혼데, 혹시 가게 이사하시거나 장사 더 안 하실 거면 여기로 연락 좀 주실 수 있나요.

  -연락은 왜?

  -접으신다고 하시면 쟁여두고, 옮기신다고 하면 위치를 알아야 찾아가니까요.

  -어우··· 그렇게까지 하신다고? 신경 쓰여서 못 접겠는데?

  -그럼요 사장님.

  -알겠어요~ 간만에 오셨으니까, 몇 개 더 넣어드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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