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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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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Oct 16. 2023

순애(殉愛/純愛)

나와 순애

114.

문제는 이걸 어디서 먹냐였다.

가게 앞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차에, 좋았던 날씨 탓인지, 공원에 가서 청승이나 떨어볼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정자가 있던 자리에 풀이 무성하게 돋아있는 걸로 보아, 하연과 자주 앉아있었던 정자는 사라진지 꽤나 오래된 모양이었다.

하긴 사라질만 하긴 했지, 좀 낡았었어야지.

마음속 한켠에 헛헛한 느낌이 들었지만, 마음 속보다는 당장 배 속이 더욱 허전했기에 급한 대로 옆에 있던 벤치에 앉아서 타코야끼 상자를 열었다.

역시 예전과 다를 것 없는 맛이었다. 시간을 내서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다 보니 타코야끼의 양이, 사장님이 더 넣어준 타코야끼를 제외하고서라도 상당히 많았다. 내 양이 준 게 아니었다. 습관적으로 타코야끼를 12개를 시켜버린 탓에 그랬다. 문득 하연의 빈자리가 느껴졌다. 남은 타코야끼를 다시 포장해서 가방 안에 넣었다.

옛날 생각들이 났다. 먼 걸음 한 김에, 정아부터 시작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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