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순애
115.
가장 먼저 찾은 장소는 정아와 걸었던 하굣길이었다.
거긴, 바뀐 게 하나도 없이 여전히 심심한 길이었다.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다음은 정아랑 헤어졌던 영화관 앞 버스정류장, 그다음은 눈 사이에 반지를 묻어두었던 우리 집 앞이었다. 혹시 반지가 그대로 있을까 싶은 마음에, 땅이라도 파볼까 하던 차에 손이 더러워질까 해서 그만두었다.
다음은 자연스럽게 탄이 담배를 피우던 골목이었다.
사실은 기대였다.
상호가 바껴도 맛은 그대로인 타코야끼집처럼, 못 알아볼 정도로 변해있어도 예전에 내가 알던 탄이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종류의,
골목은 그대로였다. 바뀐 것 하나 없이. 배가 고팠다. 기차를 타러 돌아섰다. 얼른 집에 가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