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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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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Nov 02. 2023

순애(殉愛/純愛)

나와 순애

122.

다음 날은, 마침 세 번째 독서클럽이 있는 날이었고, 궁금한 것들이 산더미같이 쌓여있었다. 개인적인 질문들부터, 순애가 어떤 사람인지까지.

  -어? 동제님 일찍 오셨네요?

  -아, 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네요.

  -잘 지내셨어요?

  -네네, 잘 지냈죠. 잘 지내셨어요?

  -네, 저도 잘 지냈죠.

이어서, 저번에 봤던 중년 남성이 들어왔고, 다음으론 여자 한 명이 들어왔다. 다들 알고 있던 얼굴들이었다. 오늘도 순애는 안 오는 건가 싶은 마음에, 의미 없이 책을 뒤적거리고 있던 차에, 활동실에 사람이 한 명 더 들어왔다.

  -어, 오랜만에 오셨네요.

여자가 무어가 중얼거렸다. 목소리가 작았던 탓에, 무슨 말을 했는 정확히 들리지 않았다. 고개를 돌렸을 땐, 내 나이 또래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사실 벙거지를 푹 눌러쓰고 있었던 탓에,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입은 옷차림새가 꼭 그래 보였다.

  -자, 오늘은 순애님 오랜만에 오셨으니까, 순애님이 먼저 읽어볼까요?

고개를 끄덕일 때, 얼핏 보인 얼굴이, 순애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게, 꽤나 진한 화장을 한 느낌이 들었다. 순애가 글을 읽을 땐,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내용을 헤아리려 순애의 목소리에 한참 집중하고 있을 때, 순애의 목소리가 툭 끊겼다.

  -다음은 동제씨 부탁드려요.

  -네···? 아, 혹시 죄송한데 지금 어디까지 읽으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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