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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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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Oct 30. 2023

순애(殉愛/純愛)

나와 순애

121.

예전에 가끔씩 이런 종류의 상상을 했던 적이 있다. 만약 엄마가 나를 다시 찾아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방식으로 상처를 줘야 할까. 먼저 담배를 한 대 피울 것이다. 익숙한 양, 언제나 피우는 듯, 늘어지게. 그리고 카페로 가야지. 가서는 몸에 가장 안 좋아보는 메뉴를 주문할 것이다. 설탕이 아주 많이 들어있는 음료라던가, 카페인이 고통스러울 만큼 들어있는 음료를 시켜야지. 둘 다라면 무척이나 좋겠다.

봐라, 당신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떠난 탓에, 나는 언제나 이렇게 안 좋은 것을 피우고, 늘상 안 좋은 것만 마신다. 그럼 속이 좀 후련하겠지. 그 이후엔? 울게 되려나, 아니면 욕을 하려나. 그러면 끝인가. 뭐가? 엄마와 나의 관계가? 아니면 내 결핍이라던가, 갈증 같은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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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물론 그렇게 쉬울 리가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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