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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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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Nov 02. 2023

순애(殉愛/純愛)

나와 순애

123.

정작 물어봐야 했던 말들은 모두 다 덮어두고서, 세 번째 독서클럽에서 얻어 온 건, 테이블 위에 얹어 놓았던, 순애의 핸드폰 기종과, 어떤 브랜드의 핸드크림을 쓰는지 같이 사소하고, 하찮은 것들이었다.

아, 또 순애의 목소리. 반대편에 앉아있던 내가 듣기엔, 너무나 작은 울림이었지만, 전반적인 말의 분위기에서 조곤조곤하고, 어딘가 단단한 구석이 있다는 것.

쌍커풀은 있으려나. 없는 게 더 예쁠 거 같기도 한데. 하긴 뭐, 상관은 없겠지.

다음번 활동 때는 순애와 눈을 마주칠 수 있었으면 했다. 인사를 주고받을 때, 순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면 했다. 옷에는 어떤 향이 베여있을지,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그 음식을 먹을 땐 무슨 노래를 들으며 먹을지, 기쁜 일이 있다면 무슨 표정으로 웃음 지을지, 슬픈 일이 있다면, 어디에서 위로를 찾을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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