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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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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Nov 03. 2023

순애(殉愛/純愛)

나와 순애

124.

같은 단어를 계속해서 읽으면, 익숙했던 단어가 어딘가 이질적인 무언가처럼 느껴지곤 한다. 젓가락··· 젓가락··· ‘젓 가락’ 같기도, ‘젓가 락’ 같기도.

굳이 나누어야 한다면, 아무래도 ‘젓 가락’쪽이 맞겠지.

젓가 락은 너무 욕같이 들리니까. 단어를 반복하고, 나누어 보아도 어색할 때는 거꾸로도 읽어본다. 락가젓.

왜 젓가락을 락가젓으로 읽으면 안 되는 거지. 아뇨 아뇨, 그건 어쩔 수 없죠. 사회적 합의라는 게 있으니까요. 식당에서 락가젓 좀 주시겠어요? 하면 아마 이상한 눈초리로 날 바라보다 밖으로 내쫒을 거예요.

순애··· 순애··· 순애? 그렇다면 애순··· 애순··· 훨씬 더

촌스러워진 이름이네, 어디선가 애수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데, 어디였더라, 아 고등학교 국어 지문에서 봤었던가. 애수··· 순애··· 하얀 피부, 검은 머리칼에 작은 체구와 잘 어울렸던 벙거지 모자.

순애인지, 애수일지. 아니면 아예 다른 무언갈지.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한, 처음 마주친 여자를 온종일 떠올렸다. 순애로도, 애수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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