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순애
125.
순애를 처음 봤던, 그날 이후로 순애는 독서클럽에 나오지 않았고, 순애는 클럽에서 제외됐다. 그때부턴 영 독서클럽에 흥미가 가지 않았다. 나는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던 거였고, 그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바란 사람은, 순애를 본 순간부터, 그 여자 한 명이었으니까. 떠올렸던 시간이 무색할 만큼 한동안은 순애를 볼 수 없었다.
그 사람을 다시 만나기 전까지의 일상은 별 소득이 없었던 것이었기에, 빠르게 순애를 만났을 때로 시점을 옮겨보려고 한다.
우리 집 근처에는 언제나 사람이 붐빈다.
회사와 술집에, 내가 다니는 대학교까지. 이런 곳에서 살면 정말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볼 수 있는데 일에 찌든 사람부터, 술에 찌들어있는 사람, 술에 취해 행행복복 해 보이는 사람, 나라 잃은 사람처럼 울어대는 사람같이, 그런 부류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근데 하필 내가 순애를 다시 만났던 날은, 되려 내가 그런 부류 속에 속해있을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