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순애
126.
그 사람을 다시 만났던 건, 자주 가던 술집 앞 흡연구역에서였다.
제대로 본 적 없던 얼굴이었지만, 고민 할 거없이 그건 순애가 맞았다. 그냥 그랬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저기 혹시 라이터 있으신가요?
순애가 날 쳐다봤다.
-아뇨, 없는데요.
-전 있는데, 빌려드릴까요.
-아뇨, 괜찮아요.
-아, 네.
망했네.
-혹시 담배 있으세요?
어?
-네, 있어요.
-한 대만 빌려주실 수 있으세요?
-네.
담배를 입에 문 여자가 라이터 불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동시에 묘한 향이 날 덮쳤다. 뭐랄까, 진득한 피웅덩이 위에 할매가 쓰던 분가루를 잔뜩 뿌린 향이 났다. 정의하기 힘든 불길한 향이 그녀 주위를 감싸고돌았다. 담배에 불이 붙자,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우리 본 적 있죠.
-네, 있죠.
-제대로 보는 건 처음이네요. 저번에 모자 쓰고 오셔서.
-그랬었나.
-순애님 맞죠?
-동제님 맞죠?
이게 내가 순애를 제대로 마주 봤던 일이었다.
회사에서 일을 하는지, 술을 자주 마시러 다니는지, 아니면 술집에서 일을 하는지, 그것도 아니라면 학생인지. 무엇 하나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지만, 풍기는 향과 정말 잘 어울리는 외모를 가졌다는 게 첫인상이었다.
이 사람과는 엮여도, 단단히 엮이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