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애(殉愛/純愛)

나와 순애

by 평일

131.

자기 권리는 자기가 찾는 것이라고, 나는 꼭 진취적인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방금 다짐했다.

-자기 권리는 자기가 찾는 거래요.

-근데?

-오래간만에 얼굴 한 번 보자는 거죠. 기회는 생기는 게 아니라 만드는 거라잖아요.

- ··· 너도 정상은 아니구나?

-오늘은 제가 맛있는 거 사겠습니다.

-나 오늘은 일하는데.

-몇 시에 끝나시는데요?

-늦게?

-잘 됐네요. 오늘은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술을 좀 마셔야 될 거 같거든요.

-그래, 그럼.


-혹시 또 취했어요? 가성비가 썩 좋진 않네요.

-말짱한데?

-자 이제 갑시다. 오늘도 우리 집에서 잘 예정이에요?

자리에서 일어나서 엎드려 있는 순애의 뒤에 섰을 땐, 순애의 윗옷이 조금 올라가 있었고, 그 틈 사이엔 큼지막한 흉터가 있었다. 무언가 보면 안 될 걸 본 기분이 들어 급하게 다시 자리에 앉으려고 했을 땐.

-야.

- ···

-너 봤지.

아마 그건 순애의 삶의 흠져있는 부분이었겠지. 저런 반응은 꼭 자신의 치부를 들켰을 때니까.

-네.

무슨 말을 할까, 많이 화가 났을까.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 그 짧은 시간에 꽤 많은 경우의 수를 두고 생각을 해 보았다. 최악은 그대로 일어나서 날 만나주지 않은 것이었고, 차악은 테이블에 있던 소주병으로 내 머리를 때리는 것, 최고의 상황은 어느 정도의 질책과 분노 정도였었나.

-죄송해요.

- ···

-누나.

-저기요?

-선생님?

-야

역시 내 예상대로는 가주질 않는 여자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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