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순애
134.
-뭐야? 왜 집에 불을 다 꺼놨어? 아이고? 촛불까지 켜놨네?
-그래도 명색이 비밀을 공유하는 자린데, 분위기가 중요하지 않겠어요?
-불 켜··· 독립운동하는 것도 아니고.
촛불이 일렁였다. 순애는 콧대가 높았다. 그래서 순애의 얼굴 위로 커다란 그림자가 울렁였다.
-넵.
-불은 안 켜?
-그냥 불 안 켜고 이렇게 할까요? 좀 덜 부끄러울 거 같은데.
-음··· 그래. 누가 먼저 할래.
-제가 먼저 할게요.
-사실 저번에 누나가 해준 요리 엄청 맛없었어요.
- ···
-끝이야?
-네
- ···
-내 고향은 부산이야.
-어 저랑 똑같네요.
-너도 부산사람이야?
-네. 뭐 근데 얼마 안 살다가 올라왔어요.
-어, 나도 그런데.
-딱히 거기에 좋은 기억도 없고.
-어, 나도.
-근데 비밀이 고향이 부산인 거예요?
-몰랐던 거잖아.
-그거야 그렇긴 한데.
-큰 비밀 알려준 건데.
-그래요 뭐,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요?
-뭐야, 벌써 끝내?
-한 개씩 나눴으면 됐죠. 한 번에 너무 많이 들으면 복잡하잖아요.
-불 켤게요.
순애가 인상을 찡그렸다.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불을 괜히 껐나.
-저녁 안 먹었죠.
-응, 아직.
-요리해주실래요? 이번엔 재료도 좀 있는데.
-아니.
-나는 맛없는 음식 좋아하는데.
-헛소리하지 말고 시켜.
-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