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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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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Jan 04. 2024

순애(殉愛/純愛)

나와 순애

134.

  -뭐야? 왜 집에 불을 다 꺼놨어? 아이고? 촛불까지 켜놨네?

  -그래도 명색이 비밀을 공유하는 자린데, 분위기가 중요하지 않겠어요?

  -불 켜··· 독립운동하는 것도 아니고.

촛불이 일렁였다. 순애는 콧대가 높았다. 그래서 순애의 얼굴 위로 커다란 그림자가 울렁였다.

  -넵.

  -불은 안 켜?

  -그냥 불 안 켜고 이렇게 할까요? 좀 덜 부끄러울 거 같은데.

  -음··· 그래. 누가 먼저 할래.

  -제가 먼저 할게요.

  -사실 저번에 누나가 해준 요리 엄청 맛없었어요.

  - ···

  -끝이야?

  -네

  - ···

  -내 고향은 부산이야.

  -어 저랑 똑같네요.

  -너도 부산사람이야?

  -네. 뭐 근데 얼마 안 살다가 올라왔어요.

  -어, 나도 그런데.

  -딱히 거기에 좋은 기억도 없고.

  -어, 나도.

  -근데 비밀이 고향이 부산인 거예요?

  -몰랐던 거잖아.

  -그거야 그렇긴 한데.

  -큰 비밀 알려준 건데.

  -그래요 뭐,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요?

  -뭐야, 벌써 끝내?

  -한 개씩 나눴으면 됐죠. 한 번에 너무 많이 들으면 복잡하잖아요.

  -불 켤게요.

순애가 인상을 찡그렸다.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불을 괜히 껐나.

  -저녁 안 먹었죠.

  -응, 아직.

  -요리해주실래요? 이번엔 재료도 좀 있는데.

  -아니.

  -나는 맛없는 음식 좋아하는데.

  -헛소리하지 말고 시켜.

  -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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