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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애(殉愛/純愛)

나와 순애

by 평일

136.

순애는 해가 어둑어둑 질 때면, 달처럼 고개를 빼꼼 내밀고 우리 집에 찾아왔다. 자주는 아니고 가끔, 조금은 아니고 많이 보고 싶어질 때면, 갑자기 제멋대로

-오랜만에 왔네요.

-한 대 필래?

-좋죠.

-보헴? 담배 바꿨네요.

-응, 얼마 전에.

-6mm네요. 건강에 안 좋을 텐데.

-세상에 건강에 안 좋은 게 얼마나 많은데, 이 정도는 괜찮아.

-뭐 하다가, 이제 와요.

-이것저것.

-이것저것 뭐?

-그냥 이것저것.

-그냥 이것저것 뭐?

-계속 물어볼 거야?

-계속 물어보면 안 올 거예요?

- ···

-밥은 먹었어요?

-아직.

-다 폈으면 들어가요. 나도 아직 안 먹었어요.

-뭐 해주려고?

-그렇게 능글맞게 웃지 마세요.

-나는 웃는 얼굴이 더 예쁜데.

-그건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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