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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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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Jan 10. 2024

순애(殉愛/純愛)

나와 순애

139.

그 여자의 생일은 4월 6일, 4월 6일이라니 참 좋다.

날짜 말고, 어딘가 단단한 구석이 있는 순애가 말이야. 취향이 확실하다던가, 옳고 그름의 경계가 분명한 것과, 밤에 우리 집에 찾아올 때면 단단하게 뭉쳐있는 어깨가.

그걸 꾹꾹 주무르고 있으면, 온종일 조약돌처럼 웅크려있었을 것만 같아서, 마음 한켠이 찝찔하단 말이지.

  -물 한 잔 드려요?

  -내 마음이 읽혀?

  -근데 왜 순애예요?

  -그 이름이, 본명은 아닐 거 아니에요.

  -혹시 알아? 진짜 순앨지.

  -에이,

  -너는 왜 동젠데?

  -우리 할매가 지어준 이름이에요. 물론 제 이름은 동제는 아니지만요. 그런 촌스러운 이름이었으면, 나는 학교 다닐 때, 이름표를 떼고 다녔을 거야.

  -왜 예쁜 이름인데.

  -누나 이름은 왜 순앤데요.

  -그냥.

  -왜 이렇게 사람이 방어적이에요.

사실 저 말은 감정이 조금 들어가 있었던 게 맞았다. 다만, 답답함이 아닌 안타까움이었지.

  -내가 방어적인 데, 너가 보태준 거 있니.

예상컨데, 저 말에는 조금의 감정도 들어가 있지 않았던 게 틀림없다. 어째서? 이런 질문에 이골이 나 있어서?

  -저한테는 조금 안 그러셔도 될 거 같은데.

순애가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오싹한 느낌. 그런 느낌이 들 때면, 평소에는 모르고 있던 순애의 향수 냄새가 진하게 펴져 나왔다.

  -나갈게.

  -그래요. 다음에도 그렇게 슥 왔다가, 슥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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