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순애
142.
여름이 되고, 내 집에는 순애의 물건들이 눈에 띄게 많아져 있었다.
내 집이 아니라 꼭 우리의 집이 된 듯해서, 나는 순애의 물건이 우리 집에 하나씩 쌓여가는 게 좋았다. 순애가 자기 집처럼 나의 집에 찾아오는 게 좋았다. 그 사람이 샤워를 하고, 덜 마른 머리로 내 곁에 다가왔을 때, 함께 따라온 습기에서 나는 샴푸 냄새랑, 회색 면바지에 묻어있는 물자국들까지도 좋았다. 집에서 잠옷처럼 입던 검은색 탱크탑이 좋았다. 탱크탑이 좋았던 게 아니라 그럴 때 보이는 그 사람의 커다란 흉터가.
그건 나의 순애에 대한 보상이었다. 그때부터, 이상하게 ‘왜’에 대한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아프진 않아요?
-응, 아프진 않아. 징그럽지.
-아뇨, 꽃 핀 거 같이 예쁜데요.
- ···돈 많이 벌어서 지울 거야.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두고 싶으면 두고, 지우고 싶으면 지워요.
-말을 참 예쁘게 하네.
-말만 예쁘게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