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순애
143.
-뭐 좀 물어봐도 돼?
-네, 그러세요
순애가 베고 있던 내 팔을 꽉 깨물었다. 아팠던 것보다 어이가 없었었나.
-뭐야, 왜 그래요.
순애가 아이처럼 깔깔 웃었다.
-갑자기?
-너가 물어봐도 된다고 했잖아.
-깨물어 봐도 된다고 한 적은 없는데···
-그게 그거지 뭐.
-이상한 사람···
-그래서 별로야?
-그건 아니고···
-저도 뭐 좀 물어봐도 돼요?
-네, 그러세요~
-이제 팔 빼도 돼요? 슬슬 저린데···
-그건 안 되지요~
-그럼 저도 깨물어도 돼요?
-그것도 안 되지요~
-역시 정말 이상한 사람···
대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쪽은 언제나 간절한 쪽이다. 그러니까, 순애는 아무런 의미도 없이 마구 찍어댔던 이빨자국일지 몰라도, 나에겐 아니었다. 나는 동그란 자국을 보름달로도, 이 동그란 자국만큼이나 모난 부분이 없었으면 했던 순애의 하루로도 바꾸어 보았다. 이건 사랑인가. 이게 사랑이 맞다면 사랑은 정신병 아닌가. 나는 어떻게 5분이면 희미해질 이빨자국에서 그 사람의 안온한 하루까지도 바랄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