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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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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Jan 25. 2024

순애(殉愛/純愛)

나와 순애

150.

  -누나는 화장을 왜 그렇게 진하게 하고 다녀요? 아, 뭐 연한 거나 진한 거나 다 제 취향이긴 한데, 귀찮지 않아요? 매일 그렇게 진하게 화장하면?

  -얕잡아 보이기 싫어서.

순애가 음식을 오물거리며, 사뭇 비장하게 말했다.

  -누가 누나를 무시해.

  -너 사람이 진지하게 하는 말에 그렇게 웃는 거 아니다.

누나가 입술을 삐죽거렸다.

  -근데 진짜 누가 누나를 무시해요? 쉽지 않을 거 같은데.

 이렇게 티 없는 표정으로, 자신의 목덜미를 드러내는 이 여자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무래도 순애를 가지고 싶었다. 누군가 이 여자를 낮잡아본다거나, 괴롭게 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최고로 더럽고 추악한 감정을 그 사람에게 응당 쏟아붓고 싶었다. 순애에게 결핍이 있다면, 모난 부분이 있다면, 나의 파인 부분으로 아귀를 맞춰주고 싶었다.

  -예방을 하는 거지. 무서운 세상이잖아.

  -그렇긴 하죠.

  -누가 무시하면 말하세요.

  -왜? 같이 욕이라도 해주게?

  -원하는 대로 해드릴게요.

  -죽여달라고 하면?

  -노력은 해볼게요.

  -내가 너 이제 싫다고 하면?

  -시원하게 욕이나 한 번 하고 보내드리죠 뭐.

  -욕은 왜 하는 거야?

  -안 붙잡힐 걸 알아서

  -그걸 너가 어떻게 알아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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