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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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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Jan 30. 2024

순애(殉愛/純愛)

나와 순애

153.

내가 순애를 마지막으로 본 건, 새해를 맞이하던 밤이었다.

나와 순애는 일주일 전에 식어버린 캐롤을 들으며, 건조한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사랑고백을 이별고백 하듯했다.

  -저 누나 좋아해요.

  -나도 너 좋아해요.

  -그렇게 좋아하는 거 말고 정말 좋아해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부분이 없었던 말과 상황이었다. 남들이 이 상황을 봤다면, 되려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고 먹던 음식을 오물거리고만 있던 순애가 이상할 정도로.

  -그냥 그런 거 있잖아요. 자극적이지 않고 평범한 일상. 데이트도 하고, 뭐 기념일도 챙기고 그런 별다를 거 없이 건강한 연애.

  -아 저는 싸우는 것도 좋아해요. 오히려 안 싸우면 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주의라서,

  -우리 둘 다 건강하지 않은 데, 대체 어떻게 건강한 사랑을 하려 했던 거야.

  -오늘은 집 가서 자야겠다. 새해니까.

  -새해잖아요. 그냥 내일 가세요. 내가 거실에서 잘 테니까, 방에 들어가서 주무세요.

  -아니야. 너 소파에서 못 자잖아. 방에 들어가서 자.

누나가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언가 누나를 협박할게 필요했다. 이럴 때 흔히들 뭘 잡고 협박을 하지. 물건? 그럼 우리 집에 누나의 물건이 있나?

  -그거 두고 갈 거야?

  -뭘?

  - ···칫솔.

  -아··· 다음에 가지러 올게.

누나가 문을 닫고 나갔다. 나는 잠시 멍하니 서있다, 누나를 따라 나갔다. 누나가 아파트 문을 막 나서려는 참이었다.

  -더 안 붙잡을게. 이름만··· 이름만 알려주라.

순애가 뒤돌아서서 나와 눈을 맞췄다.

  -순애.

뭐랄까, 너무 예상했던 답변이라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고 해야 하나.

  -너는?

  -동제.

  -그치?

그땐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는데, 새까만 순애의 머리카락 위에 떨어져 있는 눈송이가 머리장식처럼 잘 어울렸다. 아마 봄이 되면, 네 머리 위엔 눈송이 대신 벚꽃잎이 떨어지겠지. 얼마나 예쁠까.

  

  -야

  -잘 지내

  -너도 그래.

누나가 빙그레 웃음을 지어 보였다. 누나가 밉지 않을 정도로 따뜻한 웃음이었다.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집으로 걸어 올라갔고, 현관 앞에선 머리에 묻은 눈을 털었다. 집에 들어와서는 무얼 해야 할지 몰라, 집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오랜만에 티비를 틀었고, 티비에선 사람들이 웃고 있었다. 어쩔 줄 몰라, 나도 저 사람들을 따라서 웃었다.



이야기가 모두 끝나갑니다. 긴 여정 함께 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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