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하연
62.
최근 들어, 이상하리만큼 유독 하연과 동선이 겹치는 일들이 늘어났다.
방송부에서 밖에 볼 일이 없었던 하연을, 복도에서 마주친다던가, 하연이 우리 반에 들어와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담임선생님한테 꾸중을 듣는 일이 몇 번 있었다던가, 급식실에서 밥을 먹을 때, 저만치 멀리에서 밥을 먹고 있던 하연과 눈이 마주치는 일이 있었다던가, 결정적으로 하연을 타코야끼집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일들이 정말 많았다. 5번에 3번 꼴은 됐으려나? 어쩌면 더 됐을 수도. 내가 치즈타코야끼를 시키고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면, 하연도 비슷한 시간에 가게에 와서 치즈타코야끼 여섯 알을 주문했다.
- 오늘도 왔네?
- 응, 배고파서.
- 오늘도 치즈타코야끼 여섯 개?
- 당연하지.
가게 안에서의 보통의 대화는 이렇다.
- 무슨 노래 들어?
- 나 검정치마 노래.
- 검정치마? 치마가 노래도 만들어? 발전한 세상이네.
- 가수야, 가수. 내가 제일 좋아하는.
- 오··· 신기하네.
- 너는 무슨 노래 듣는데?
- 엉뚱 발랄 콩순이와 친구들.
- 아··· 답변 고마워 !
- 어, 내 거 나왔다. 너 것도 같이 나온 거 같은데?
- 그렇네.
- 나 갈게. 다음에 보자.
- 어, 잠시만.
- 어?
- 다음부터는 12알 시켜서, 같이 먹을래? 그게 더 싸잖아.
- 그래, 그러자.
그래, 우린 여전히 철저한 파트너 사이였지. 그저 치즈 타코야끼를 함께 나누어 먹곤 하던,
63.
하연과 함께 타코야끼를 나누어 먹을 때는, 비가 올 때를 제외하고, 언제나 공원에 있는 정자로 향하였다. 거긴 뭐랄까 되게 낡은 곳이었는, 그만큼 세월의 흔적이 많이 묻어있던 정자였다.
이곳저곳에 긁힌 자국은 수도 없이 많았고, 부서진 적이 있던 건지, 보수 공사를 한 흔적도 곳곳에 있었다. 내가 그 정자를 좋아했던 이유는 긁힌 자국들만큼이나, 많았던 낙서들 때문이었다. 거기에 적혀있던 낙서를 읽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몰랐으니까.
- 이것 봐. 도영이랑 지원이는 4년 동안 사겼나 봐. 2020년 10월 8일 도영 하트 지원 보여?
- 그렇네.
- 이쪽에는 21년, 여기에는 22년도 거 있고, 23년도 거는··· 아까 어디 있었는데.
- 어, 여깄다.
- 맞네, 거기 있네. 24년도 거는 없지.
- 없는 거 같은데.
- 왜 헤어지셨어요. 도영 지원씨.
- 아쉽네.
- 그러게 말이야.
- 나이테 같다.
하연이 웅얼거리며 말했다.
- 낙서가?
- 응. 만들었을 때부터 이렇게 낙서가 많지는 않았을 거 아니야.
- 그치
- 하나 적을까.
- 뭐라고?
- 하연 왔다 감.
- 너무 딱딱하지 않아?
- 하연 왔다가요 v
- 뭐가 다른 거야.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하연식 유머가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을 때는, 아마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나.
- 이거 어때. 타코야끼 맛나요.
- 왜 맛나요야. 맛있어요라고 하면 안 돼?
- 그건 좀 정 없어 보이잖아.
- 그런가?
- 너 펜 있어?
- 나 없는데.
- 아쉽네, 다음에 적는 걸로.
- 그러자. 다음에도 오는 걸로.
64.
다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우린 사실 그즈음에 자주 만났었다.
당장 저 대화를 나눴던 그다음 날에도 같은 정자에 앉아서, 같은 타코야끼를 시켜 먹었으니까.
- 오늘은 펜 가지고 왔어?
- 응, 여기.
- 왜 날 줘. 너가 써야지.
- 막상 쓰려니까 좀 그렇네.
- 부끄러워?
- 아니, 어디에 낙서하고 그런 게. 그냥 다음에 쓸까?
- 다음에 좀 더 부도덕해지고 난 다음에?
- 그런 셈이지.
보통 하연과 대화를 하던 중 이야기가 끊어졌을 때에는, 끊어진 상태로 조용히 타코야끼를 먹는다. 그건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 너는 방송부 왜 들어온 거야?
어?
- 나는 할매 때문에.
- 아, 그렇구나.
- 너는 왜 들어왔는데?
- 나는 진로가 이쪽이라서.
- 아나운서?
- 응.
- 잘 어울린다.
- 그래?
- 그럼 너도 이쪽 진로야?
- 진로는 아직 생각 안 해 봤는데.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 너도 글 쓰는 거, 잘 어울려.
- 그런가?
- 이런 얘기는 뭔가 처음 해 보는 거 같다.
- 그렇네.
- ···
다시 한번 정적이 찾아왔을 땐, 이번에는 정말로 남은 타코야끼를 모두 해치우고 자리를 뜰 생각이었다. 먹고선 마주 닿을 리 없는 각자의 세계로 돌아가야 하지. 그랬어야 했다니까.
- 앞으로는 많이 할까.
- ···그럴까.
65.
사람은 저마다 각자 다른 세계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게 언제였었는지. 상당히 오래된 기억이지만 그 말을 또렷이 기억하는 걸 보면, 그 당시 나에게 꽤나 인상적인 말로 닿았었나 보다.
하지만 어딘가 나와 완전히 똑 닮은 세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리고 그 사람의 세계와 나의 세계가 충돌하게 된다면, 그건 세계관의 확장일지 지루함의 확장일지.
이 생각은 한참 비가 많이 오던 저번 장마 기간 동안 많은 시간을 할애케 했던 생각이었다.
아, 주제와 벗어난 이야기를 잠깐만 하자면, 나는 남들이 좋아하지 않는 장마를 꽤나 좋아하는 편이다. 갑작스럽게 내리는 비에, 우산을 들고 오지 못한 사람들이 당황하며 어디론가 뛰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평소에 창밖을 바라보며 시답지 않은 생각을 즐겨하는 나로서는, 장마 동안에 밖을 바라보고 있을 때만큼은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닌, 사색에 잠긴 감상적인 사람처럼 비치는 게 좋았다.
다시 하려던 이야기로 돌아와, 작년에 하던 생각은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던 미완의 생각이었고, 다시 돌아온 이번 장마 기간엔 그와 반대로, 나와 완전히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나의 세계관의 충돌이 있다면, 그건 나의 세계관의 멸망일지, 새로운 세계의 탄생일지에 대한 고찰이 주어진 새로운 숙제였다.
하연이 생각났다. 나와 같은 세계를 가지고 있을지(아마 이건 높은 확률로 아닐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와는 전혀 다른 반대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지, 그 안에 바다는 있는지, 비는 내리는지, 식물은 자라는지, 온통 사막뿐인지, 꽁꽁 얼어 있는지, 생명체는 살고 있는지. 하연의 세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파악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그랬다.
그럼 내 세계와 하연의 세계가 맞닿는다면? 그건 세계관의 확장일지, 지루함의 확장일지 두 행성의 멸망일지, 바다도 있고 식물과 생명체도 살고 있으며,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장마 기간까지 있는 새로운 세계관의 탄생일지.
이번에도 장마가 끝날 때까지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다시 한번 해답을 내지 못한 질문에 찝찝한 느낌이 들지만, 장마는 원래 꿉꿉한 뒷맛이라는 마음으로, 넘어가기로 한다.
컵 안에 가득 담아와도, 5분이 채 지나기 전에 몽땅 녹아내리던 얼음이, 10분이 지났을 때도 녹지 않고 동동 떠있었다. 드디어 여름이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66.
하연이와 나는 2학년 때 같은 반이 되었다.
방송부 친구들의 반응은, 이젠 같은 반이 되었으니, 조금은 친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방송부 친구들은 몰랐겠지만, 이 시점에서 하연과 나는 이미 꽤 많은 것들을 나누고 있던 사이였다. 나누어 먹던 타코야끼를 제외하고서라도 말이다.
물론 친구들의 반응이 그런 것도 이해가 가지 않던 건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당연한 거였지. 학교에선 그 애와 나는 아침방송을 할 때를 제외하면, 여전히 남들이 보기엔 교류라고 부를 수 있을만한 게, 전혀 없었으니까. 글쎄 왜 그랬던 건지는 잘 모르겠다. 굳이 학교에서까지, 정자에서 하던 이야기를 끌고 올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했었던 건지, 아 그게 아니라면 학교에서는 타코야끼를 먹을 일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
18살, 그렇지 18살. 어쩌면 내가 구원받을 수도 있었던 18살. 축축한 것들을 모두 불살라 없애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던 그 나이.
여러분에게는 영광 시간이 있었는지, 찾아왔는지, 있었다면 언제인지. 누군가 나에게, 내가 한 질문을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18살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 한가운데에는, 내가 사랑해 마지않던 탄이 있었고, 그 옆에 탄 만큼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넘칠 만큼 그랬던 하연이 있었다.
67.
2학년이 되고, 학교에 처음으로 가는 날에 난 불만이 가득했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함께 올라갔던 층수 덕분에, 계단을 한참이나 더 올라갔어야 했던 이유가 가장 컸었지. 타라고 만들어 둔 엘리베이터는 대체 왜 못 타게 하는 건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반에 도착했을 땐, 나 빼고 다른 친구들은 모두 교실에 도착해 있던 상태였다.
- 와··· 다들 체력도 좋네. 언제 이렇게 다 왔대.
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빈자리를 찾았고, 마침 비어 있던 자리는 하연의 옆자리밖에 없었다.
- 하이.
- 왜 내 옆에는 아무도 안 앉지. 나한테서 냄새나나
- 너가 이쁘장하게 생겨서 애들이 앉기 부담스러워하는 거야.
- 어, 얼굴 빨개졌다.
- 전혀.
- 거울도 안 봤는데, 빨개졌는지 안 빨개졌는지 너가 어떻게 알아.
- 느낌으로.
- 너는 안 부담스러워?
- 지금 본인이 이쁘장하게 생겼다는 거, 인정하는 거야?
- ···
- 앞에 봐.
- 앞에 뭐 있어?
- 그래 뭐가 있지.
굵직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 내가 있지.
거기엔 담임 선생님이 서 계셨다.
- 어···어. 안녕하세요.
- 늦어 놓고, 말까지 많은 건 너무 경우가 없지 않냐?
하여튼 그날은, 전반적으로 마음에 안 드는 것 투성이었다니까.
68.
하연과 나는 한 학기 동안 같은 자리에 앉아야만 했다.
거기에는 “타인으로부터 좋아하는 마음”을 받는 사람의 힘이 개입되어 있었다. 하연이는 인기가 많았다. 이성으로부터 받던 인기든, 동성으로부터 받는 인기던지. 이렇게 인기가 많았던 하연이는 자연스럽게 우리 반 회장이 되었고, 회장이 된 하연이, 후보가 없었던 부회장으로 날 추천했던 탓에, 내가 부회장이 된 이유로 그랬다. 담임선생님은 회장과 부회장은, 응당 함께 앉아야 한다며, 우리 둘을 붙여 놓았다. 아마 개학 첫날부터 찍혔던 나와, 마음에 잔뜩 들었던 하연을 함께 붙여 놓으면, 신경 쓸 일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셨던 거겠지.
- 왜 하필 나야. 다른 애들도 많았잖아. 귀찮은 건 딱 질색인데.
- 선생님이 너 좀 잘 지켜보라고 하셔서.
- 내가 뭘 어쨌다고···
- 첫날부터 지각하고, 선생님 보는 앞에서 그렇게 떠들어 놓고 무사하길 바란 거야?
- 나는 떠든 게, 아니라 속삭였다고.
- 하여튼 잘 부탁한다.
- 우웩.
- 고맙게 생각해야지. 내가 부회장도 하게 해 줘, 내 옆에 앉게도 해 줘.
- 부회장 된 것 싫고, 너랑 같이 앉는 것도 썩 내키지 않은데?
- 진짜?
하연이가 날 뚫어져라 바라봤다. 했던 말을 주워 담을 기회를 준다는 것처럼
- 뭐야. 그렇게 빤히 쳐다보지 마.
- 잘 부탁한다.
- 응··· 뭐.
69.
- 이번 시간 수학이지.
- 응, 얼른 책 펴. 수업 시작할 때 예제 5번까지 풀이한다고 하셨어.
- 너 풀었어?
- 나도 아직. 너무 어렵던데.
수학선생님은 모두에게 평등하신 분이었다. 평소에 학업 성취도가 높은 사람이던, 낮은 사람이던, 예의 바른 학생이던, 예의를 발라먹은 학생이던, 수업 시작 전에 주시는 문제를 풀이하지 못한다면, 풀지 못한 학생들을 모두 차별 없이 7시까지 남기셨거든.
- 오늘 예제 5번까지 풀이하기로 한 거 저번 시간에 공지··· 했었죠?
선생님은 평소에 학생들에게도 높임말을 사용하셨다. 난 이게 더 무서웠다.
- 오늘 며칠인지 아는 학생?
꽤나 진부한 방식으로 가시는군. 이렇게만 간다면 나는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을 수 있다.
- 아니다. 오늘은 부반장 나와서 문제 풀어볼까요?
?
- 네?
- 부반장 나오시고, 2번 문제 풀 사람 한 명 뽑으세요.
- 부회장이 나왔다면, 또···
넌 날 보고 고개를 마구 저었는데,
- 회장이 안 나올 수 없지 않을까요?
하연이 날 보며 씩 웃었다. 칠판 앞으로 나와선, 아무도 못 보게 내 옆구리를 쿡 하고 찔렀다.
- 너가 먼저 시작한 거다?
- 어?
- 너가 먼저 시작한 거라고.
하연이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아침에 좋은 꿈을 꾼 사람처럼.
- 뭘?
- 아무튼 너가 먼저 시작한 거라고.
- 어··· 응. . . 미안. 장난이었는데.
70.
- 하연아, 화났어?
- 나? 화 안 났는데?
- 근데 왜 아무런 말도 안 하고, 연필만 갈고 있어.
- 너 샤프 쓰잖아.
- 취미야. 방금 전에 생긴.
- 장난친 거였는데.
- 아무런 말도 안 했는데.
- 그러니까. 그게 문제라고. 왜 아무런 말도 안 해.
- 말.
- 린 오징어.
하연이 연필을 갈다 말고 날 가만히 쳐다봤다. 입꼬리가 움찔거리더니, 다시 연필을 갈았다.
- 웃었다.
- 안 웃었는데.
보강이 끝나고 난 후에는, 하연이랑 김밥을 먹으러 갔다.
- 거기 있는 소금 좀 주라.
- 엥?
우리가 시킨 건 참치김밥 두 줄밖에 없었지만, 김밥에 소금을 찍어 먹는 특이한 취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 나 핸드폰 좀 주워주라. 너 앞에 떨어졌어. 아 물 더 마실 거지. 물 컵 줘
- 내가 떨어뜨릴 줄 알았다. 그만 꼼지락대고 밥 먹어. 여기
- 어? 뭐지?
- 왜?
- 왜 물에서 맛있는 맛이 나지.
- 뭐야, 맛소금이었나 보네. 재미없다.
?
- 어?
- 너 소금통 달라고 했을 때부터, 와 그럼 핸드폰 떨어뜨린 것도···
- 나도 장난.
- 와 너···
- 야 너 비상하다.
71.
그날 이후로도 하연이는 이따금씩 나에게 장난을 걸어왔다. 어떨 때는 콩알탄만 한 작은 장난이었고, 어떤 날에는 옆에서 폭죽이 터진 듯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는 장난들을.
그런 장난을 칠 때면, 넌 표정을 잘 숨기지 못했다. 화가 나면 화가 나는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말이야.
나에게 장난을 칠 때 진심으로 기뻐하는 네 표정과, 받은 장난에 상응하는 수준의 장난을 돌려주지 않았을 때면 묘하게 서운해하는 표정을 보는 건, 그건 참 재밌었다.
그날은 어디서 가져왔는지, 체육 시간에 나에게 물총을 쏜 날이었는데, 등이 흠뻑 젖은 나는 어떤 장난으로 받은 걸 돌려주지 싶은 마음에 주변을 둘러봤고, 눈앞에는 마침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벌레가 보였다.
‘벌레를 봤다’라는 생각이 ‘저걸 잡아야겠다’라고 이어지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벌레를 잡았다’에서 ‘저 물총 살인마의 어깨에 올려주어야겠다’라는 사고로 번지기까지도, 그다지 긴 시간은 들지 않았다.
짧은 순간에 모든 사고를 마친 나는 저 멀리에 있던 하연에게 다가가, 슬며시 벌레를 어깨 위에 올려두었다.
어깨에 있던 벌레를 본 하연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고, 털썩 쓰러져 앉아 입술을 파들파들 떨었다. 그게 장난이 아니었다는 걸 안 시점은, 하연의 눈에 쌀알만 한 눈물이 고여있을 때였고, 그제야 나는 용케도 아직 안 날아가고 어깨에 붙어 있던 벌레를 떼주었다.
- 왜 하필 벌레야···
라는 짧은 감상을 남기고, 하연은 교실로 돌아갔다. 나는 잠시 멍을 때리다 하연이를 따라 교실로 들어갔다.
- 미안해. 장난이었어.
- 알아.
- 벌레 무서워하는 줄 몰랐어.
- 무서워해.
- 미안해. 앞으로는 이런 장난 안 칠게.
- 그래.
- 이따 학원 끝나고, 맛있는 거 먹을래?
- 응.
- 내가 살게.
- 됐어.
지금도 폭죽이 터지는 걸 보고 있자면, 왜인지 황홀경에 젖어 입이 벌어지곤 한다. 하긴 새까만 밤하늘에 화려한 불꽃이라니, 아무래도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긴 하니까.
쏘아 올린 불꽃이 꺼지고 나면, 어딘가 공허한 뒷맛이 남는다. ‘어깨 위 벌레’ 사건 이후로 하연이와 나는 서로에게 더 이상 커다란 장난을 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때 터뜨렸던 커다란 폭죽 같았던 장난에서부터, 나의 짧았던 영광의 시대는 시작되었다.
여러분의 의견을 수용합니다. 많은 피드백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