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오늘 하루 종일 아버지의 행동을 열심히 따라 하느라 다 구겨져버린 겉옷이 애처롭게 바닥에 녹아들어 곤히 잠들어있다.
침대에 완전히 녹아 코를 골며 주무시고 계시는 아버지의 모습과 겉옷의 모습이 순간 겹쳐 보여 가슴이 아려온다.
양복이 구겨져있는 것처럼 혹시 우리 아버지의 마음도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쳐가며 구겨져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겉옷을 보고 있던 두 눈을 질끈 감아버린다.
뭐라도 해야만 할 것 같은 감정이 들어 곤히 자고 있던 양복을 급하게 깨워 스타일러에 넣고 돌린다.
마치 새 옷처럼 깨끗한 양복이 스타일러에서 나온다.
세월과 누군가에 의해 부딪치고 조금은 찢어져나가기까지 한 우리 아버지의 마음도 스타일러에서 나온 양복처럼 새것같이 말끔한 마음으로 바뀔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나 그럴 수만 있다면 뭐라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볼 텐데
방 안에 가지런히 예쁘게 걸려있는 내 겉옷들이 오늘만큼은 징그러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