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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군 Dec 03. 2018

장난감 정리함을 완성하다

선물 프로젝트 출바알~

※ 4개월쯤 전에 이야기를 시작해 2개월 전에 조카 선물로 완성한 장난감 정리함에 대한 기록입니다.



부산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 모습 ('' )a


뻥노트에 썼던 지난 글 중 한편에 조카에게 선물할 장난감 정리함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적었었다. 하지만 '뻥노트'의 취지에 부합하게도 장난감 정리함은커녕 조카 장난감 하나 만들지 못하고 생을 마감할 기세였다. 몸보다는 마음이 바빴고, 늘 다른 일이 눈 앞에 어른거렸다. 다른 이를 위한 계획이었다면 지금까지도 뭉개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장난감 정리함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조카 선물 아닌가! (장난감 정리함도, 조카도 눈에 넣으면 아프다) 그래서 오랜만에 조카를 만날 날을 마감일로 잡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물론 조카 만나기 직전에만 부지런했다)


1. 도면 완성


도면을 완성한 것은 장난감 정리함에 대해 누나와 이야기를 나눈 지 20일 안팎이 지날 무렵이었다. 생각보다 부지런했군 누나도 처음엔 적극적이어서 이것저것 참고할 만한 자료를 많이 보내줬는데, 그게 쌓이고 쌓이다 보니 (그리고 사람 생각이 다 고만고만해서) 디자인을 하면 할수록 투박해졌다.


적당한 선에서 대충 끊고 여러 각도로 3D 모델 이미지를 만들어 투척~


지금도 그렇지만 이 무렵엔 한창 조립식에 꽂혀 있었다. 나무 조각을 이어 붙이면서 완성해나가는 조립식 장난감 정리함! 여기에 누나가 지나가듯 강조한 '바퀴'를 덧대려고 하니 방법이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다. 나무 바퀴를 깎고 목봉으로 바퀴 축을 만드는 것까지는 어찌어찌했는데, 이 바퀴를 고정할 브라켓과 고정 도구도 모두 나무로 하려 하니 머리가 지끈지끈. 억지로 바퀴 부위 조립법을 구상하고 (결국 이 부분이 나중에 문제가 되었다) 누나에게 투척하여 이미지가 통과되었다!


2. 도면은 숙성시켜야 제맛


제목은 번지르하지만 결론은 아무것도 안 하고 일을 뒤로 던져뒀다는 의미.

누나에게 이미지를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은 뒤 약 한 달가량은 도면을 열어보지도, 조카 생각을 하지도 않았다.(매정한 외삼촌)


3. 시련마감은 인간을 움직이게 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이끈 것은 팔 할이 추석이었다. 응?! 조카와 멀리 떨어져 사는 상황에서 추석은 정말 오랜만에 조카 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회였고, 이왕이면 이때 조카에게 '짠~!' 하면서 선물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누구도 딱히 추석을 마감일로 정하지 않았지만, 그즈음에 가니 내가 나를 몰아붙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안 그러더니 갑자기 왜 그래 나한테 ㅇ_ㅇ!)


위이이잉~ 샌딩을 하고, 뚝딱뚝딱 끼워 맞추며 형태를 보기도 하고, 대충 가조립도 해본다. 이대로 날아올라라~


추석 전 일주일, 특히 추석 열차를 타기 전 3일은 정말 정신없이 보냈던 것 같다. 바퀴 결합을 고민하느라 샌딩과 마감을 미뤄두고 기차를 타는 바람에 마감은 고향집에서 포장해간 박스를 펼쳐두고 해야 했다.

그래도 어찌어찌 완성!


고향집에서도... 일은 끝나지 않는다... ㅠㅠ


4. 아쉬움은 남았지만...


모든 프로젝트, 신제품 개발이 그렇듯 마무리를 하고 나면 시원섭섭하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는 기계의 가공 영역에 맞춰 정리함의 사이즈를 맞추면서 비율이 조금씩 뭉개진 부분, 급하게 가공하느라 이음매가 완벽하게 들어맞지 않음에도 눈감고 슬며시 넘겨버린 점, 특히 바퀴 연결에 철물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고집을 부리다 바퀴가 너무 꽉 끼어서 돌아가지 않게 된 부분 등 많은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너무 당연하게도 조카들이 장난감 정리함에 올라타곤 했는데, 바퀴가 굴러가지 않은 덕분에 다행히(?) 조카들이 안전하게 정리함을 타고 놀 수 있었다. 전화위복?!)


뚜껑에 조카 돌잔치 사진을 새겨서 완성!
아무리 예뻐도 눈에 넣으면 '안 되는' 조카들 +_+


하지만 결국 완성은 완성이고, 지지부진하게 일을 끄는 것보다 완성이란 이름표를 달고 났을 때 느껴지는 것들이 참 많다. 마감일을 기준으로 달려가면서 보이는 풍경은 머릿속으로 작업 공정을 구상하며 펜대를 굴리고 있을 때와는 너무 다르다. 결국 어느 시점에는 몸을 움직이고 머릿속의 것을 눈 앞으로 꺼내 놓는 과정이 필요하고, 매 순간을 계획적으로 차근차근 진행할 수 없는 나는 결국 마감에 기대어 한 번 힘차게 달려볼 수밖에 없다. 그 결과가 시원섭섭함으로 남을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장난감 정리함을 만들어준지 2개월이 흘렀다. 시원섭섭하게 완성해버린 여파인지, 마지막 일주일을 하얗게 불태운 까닭인지 그간은 그즈음의 일을 그다지 떠올리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선물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가동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나니, '선물 프로젝트'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장난감 정리함 만들기를 복기해볼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덤! 뚜껑에 넣은 사진을 나무 액자로 하나 더~


여기에 다 담지 못했던 그 무렵의 고민과 생각을 앞으로의 '선물 프로젝트'에 차근차근 녹여내며 한 달에 하나쯤 지인들에게 선물을 만들어 볼 예정이다. 그렇게 선물을 만든다면 그 과정을 지금보다는 조금 잘 정리해 남겨봐야겠다.


이미 다음 '선물'로 도마가 완성되어 간다! to be continued...


도마 will be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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