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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일기

20241201 일

by 이승현

지금 느낀 감정: 상실감, 슬픔, 미안함, 죄책감,
혼란스러움, 우울감, 마음 아픔, 어찌할 바를 모르겠음.



문득 왜 아직도 아플까? 를 떠올려 보니

그 순간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환경의 탓으로 돌려 기억을 잃고 이후

아무 말 없이 이별을 고했기 때문.

(게다가 스스로도 기억을 잃었는지 절대 몰랐기 때문이고.)



그리고 다시 기억을 찾아 기억하기 싫은 진실과 직면해 그저 아프기 때문.



그 사람이 나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이제 알았기 때문이고. 11년 내내 그 사람을 나쁜 사람, 나한테 대체 왜 그러는 거야? 무슨 의도야? 하며 내내 오해했기 때문이고.



진짜로 내가 못나든 어떻든 있는 그대로
사랑받은 게 처음이라서.
그래서 다 진심이었어서 마음이 많이 아픈가 봐.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시절 내 별명이던 붕어, 가
마음이 아파서 내내, 그 시절을 이제야 기억한 게
내 기억상실이 얄밉고, 미워서 마음이 아픈가 봐.



게다가 몇 차례나 쓰러지면서 스스로 되뇌던 말.
다 잊고 잃어도 혹시나 내 이름까지도,



그래도 네 이름 세 글자는 꼭 잊어선 안 된다고

절대 절대 안 된다고. 잊지 말라고 절대 잃어선

안 된다고.



안 괜찮은 스스로에게, 손목에 노랑 고무줄 여러 개 묶어 두듯이 피 안 통하게 강요했던 일화도 생각나서, 마음이 아파.



너를 잊지 않고 잃지 않겠다고 마음 아픈 스스로와 약속해 놓고도 다 잊은 것. 네 이름만 빼고 네 성격, 성향 우리의 관계 추억 모든 걸 다 잊은 게 혼란스러워서 마음이 아파 많이.



다시 만나면 울고 웃더라도 꼭 사과해야지,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말하고 변명 핑계 없이 고마워하고 감사해해야지, 그래서 열심히도 살아냈는데 그래도 마음은 아파.

잘했지만 마음은 아파



그래도 다행인 건 마주 선 자리에서 난 울면서

웃을 거라는 것.

11년 전 그 방 안에서 1분에 한 번씩

수도꼭지 터진 것처럼 울던 그대로, 변치 않는 마음이 여기 있구나. 싶어 감사해.



인연의 끝은 없으니 언젠간 만나겠지.

적어도 급했던 그때와는 달리 기다려보고
또 기다려보고 무슨 대답이든 당신의 답을 수용하는 것.

감사해해야지! 이렇게라도 표현할 수 있었잖아.



나와 같이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기 싫대도

바뀐 삶의 방향에 내 삶의 속도를 당신에게 강요할 순 없는 일. 강요를 쏙 빼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 주던 당신을, 만났음에 감사하고

또 하늘에 감사해야지~

받은 사랑을 또 베풀어야지. 오늘의 감정일기 끝

p.s 남자 여자가 아닌 사람대 사람으로 기다릴게,

늘 네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우박이 오나 날 기다렸듯이. 힘들 때 해결해 줄 순 없어도

힘들 때 떠나가지 않고 한 사람으로 곁에 그냥 있어줄게. 잘하고 있다고 말해줄게.

네가 준 사랑 다시 돌려줄게 나도, 한 인간으로.

고마워. 현, 오늘도 다시 하루하루 살게 해 줘서.

하루하루 그 장면이 떠오르고 왜곡됐던 길이 다시 차오르는 게 그 장면이 자꾸만 매일매일 떠오르는 게 난 사실 상당히 힘든데,

하루하루 다시 태어난 듯이 살다 보니.

뭐든 더 나쁘게 생각은 안 하는 것 같아.

하루하루 다시 태어난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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