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은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자.
돌이켜보면 크게 작게 일상 속에서 늘 상실을 경험하고 있던 거였다. 작게는 아끼던 지갑을 잃어버린 것부터 크게는 가족의 죽음을 경험하는 것까지. 내 곁에 있던 것이 사라지는 경험은 누구나 겪는 것이고, 누구도 피할 수 없다. 모든 상실에 애도작업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 상실이 나에게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에 따라 정리하는 시간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제대로 보내주지 않으면, 나에게서 떠났다는 것을 제대로 인정하고 나를 위로해 주지 않으면, 살아가면서 언제든지 그때 느낀 상실감이 떠올라 괴로울 수 있으니까.
나는 유독 물건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해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잃어버린 것 같다.’라는 감각이 드는 순간 식은땀이 나면서 마음이 초조해지고 모든 것을 제쳐놓고 그 물건을 진짜로 잃어버린 것인지 확인하는 작업에 몰두하며, 그런 상황을 만든 나 자신을 책망하기 시작한다.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것에 죄책감과 가까운 감정을 느낀다. 경험하지 않아도 좋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을 저지른 느낌? 왜 이렇게까지 부정적인 감정이 드는가하고 생각해보면, 어릴 적부터 물건을 잃어버리면 크게 혼나서 그런 건지, ‘잃음’이라는 것에 크게 동요하는 성격인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내 곁에 있다가 사라진 것들에 대해서 적절하게 보내주는 작업, 애도하는 작업을 해본 적이 별로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5년 전, 가족을 떠나보내는 일을 맡으면서, 한 사람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간병하는 시간을 보내고 나서, 내 인생은 많은 부분 변했다. 당장은 여러 군데에서 부정적인 현상으로 드러나 꽤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시간이 지나 지금은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무언가에 크게 집착하지 않게 되었고, 스스로 마음을 확인하고 돌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의 돌봄을 받았고, 나 또한 그와 같이 남을 돌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생각했다. 때로는 좋은 것을 경험하거나 가지게 되더라도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어! 라는 허무주의적 태도가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손에 모든 것을 꽉 쥐고 아무것도 놓지 않으려는 태도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 나를 살렸던 말은 “무엇이든 시간이 걸리는 거겠죠.”와 “세상에 영원한 감정은 없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우리의 삶은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자.”는 말이 가장 와 닿았다. 당시엔 무엇인지 알 수 없이 불안하고 막연했던 내 감정은 지난한 시간을 거쳐 슬픔으로 변했고, 이제는 그리움으로 남았다.
맛있는 아이스크림이 먹을수록 사라지는 것이 슬퍼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우는 아기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 순간엔 그 아이스크림이 그 아기에게 잃고 싶지 않은 아주 소중한 것이었겠지. 이제 나는 맛있는 것이 사라져도 슬프지 않고, 기꺼이 내 몫의 케이크 위에 놓인 딸기 하나를 누군가에게 양보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 훌륭한 성장이라고 자부할 수 있겠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은 분명 있다. 그러나 그 변하지 않는 것을 두고 우리의 삶은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것이다. 그 이동의 방향은 좋은 길일 수도 있고, 나쁜 길일 수도 있고, 이동했다고 생각했는데 같은 자리를 빙빙 돌고 있었을 수도 있다. 그저 내가 나를 놓지 않는다면, 나의 삶은 반드시 어디론가 향할 것이라고 믿겠다.
-23.03.07 소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