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언 라이트 에델만
[이 책의 구성]
나라의 교육 자체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하나 지지하지는 않는다. 현대의 사람들은 물질적인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다른 물질 보다도 '돈'에 심하게 현혹되어 있다. 그들이 꾸는 꿈은 대부분 집, 차, 이성이다. 그리고 무노동이 삶의 자유라고 믿는다. 어찌 보면 맞는 말이다. 그러한 꿈으로 달려가는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행복하다면 괜찮다. 그런데 그러한 삶을 우리의 미래에게도 강요하는 것을 지켜볼 수가 없다. 아직 덜 자란 내 머리에서 되뇌는 문장이 있다. '돈이 전부가 아니다.'
어느 정도의 부를 가지고 있어야 부자일까. 경제적 자유는 달에 어느 정도의 수익이 있어야 자유일까. 돈이 없으면 불행하다는데, 불행하지 않은 나는 지금 부자인가. 그들은 과연 얼마나 벌 수 있고, 얼마나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그 힘이 언제까지 통용될까.
어릴 적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도 가족들의 손을 꼭 잡고 걷노라면, 세상 모든 게 내 품에 와 안겨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 추위는 집이라는 허울 속에서도 끝나지 않았지만, 행복 또한 수그러들지 않았다.
[서문]
가장 무력했던 시기 나를 지탱해준 것은 단연코 가족이었다. 응원의 말이 없더라도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큰 힘이 되었다. 가족으로 인해 행복함이 지속되는 지금 이 순간이 평생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가족과 떨어져 산다고 해도 변하지 않았듯, 다시금 떨어진다고 해도 그 애틋함은 변질되지 않는다.
막연하게, 사랑은 꼭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쉽고 받는 일은 어려운 일이라 믿었다. 그러한 믿음은 해가 지날수록 조금씩 변해갔다. 사랑받는 일이 훨씬 쉬웠다. 그 사랑을 어떻게 돌려줘야 하는지에 대해 매번 고심했다. 고심 끝에 나온 답은 없었다. 그저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할 뿐이었다.
[가족의 유산 1]
어떤 사람들은 자신보다 못한 사람이라고 인식되면 그들을 업신여긴다. 그들의 표정에서 몸짓에서 그리고 말투에서 느낄 수 있는데, 더 무서운 것은 모든 것을 숨기는 사람들이다. 모욕적인 언사라도 차라리 앞에서 내뱉는 게 유쾌할 지경이다. 모든 것을 숨기려 하는 사람들이 못 숨기는 행동 중 하나는 바로 '남을 욕하는 행위'다. 물론 비난하진 않는다. 교묘히 돌려서 흠집을 내기 시작한다. 그렇게 '모욕의 조각질이 시작된다.'
반면 그 조각질을 멈추게 만드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이런 사람들은 대게 따돌림을 당하거나 아니면 좌중을 지배한다. 따돌림은 당하는 사람은 천성이 선하고 이타심이 강해 다른 사람을 욕하는 행위를 참을 수 없기에 나섰다가 되려 '조각 질의 대상'이 된다. 반면 좌중을 지배하는 사람에게는 '조각질'을 하기 어렵다. 그들은 이미 구성원중 가장 뛰어난 업적을 자랑하기 때문에 하이에나 같은 '험담 조각사'들의 먹이가 될 수 없다.
나는 둘 다 아니었다. 타인에 대해서 험담하는 것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나서서 제지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누구도 나를 조각하려 들지도 않았다. 물론 뒤에서 어떤 조각질을 했을지는 모르겠다. 관심도 없다. 나는 하이에나 무리의 표적이 된 적도, 그들 위에 군림한 적도 없는 가장 흔하고, 가장 악한 방관자였다.
아버지는 국가 부도의 날에도 인부들의 몫을 챙겨주었다. 어머니는 죽음을 앞둔 사람의 병시중을 자처했다. 우리 가족의 유산은 이타심인데, 나는 그것을 온전히 물려받지 못했다. 웅대한 고목 곁에 있는 나무들이 모두 웅대해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비슷해지려고 노력한다.
[봉사라는 유산의 계승 2]
인생의 역경을 타개해 나갈 방법 여러 가지다.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이다. 물론 경험하지 않아도 될 일을 경험할 필요는 없다. 책의 내용처럼 그 실수가 치명적이라면 아무리 어릴 때 한 실수라 해도 평생을 꼬리표처럼 찰싹 달라붙어 따라올 테니까. 그러니 윤리와 도덕의 적정 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 인생에서 도움 되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타인들 '보다' 잘해야 한다고 배운다. 그렇게 천천히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나잇대에 맞는 옷과 가방을 걸치고, 비싼 신발을 신는다. 허례허식이 우리 내면의 진실을 잠재운다. 진실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생각보다 고통스러운 여행이다.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자신의 역겨움을 바라본다는 것은 어렵다. 이 나라의 교육은 우리들에게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현대의 아이들은 자신의 집안에서 성장하고, 학교에서 성장하고, 여러 가지 환경에서 성장하지만, 가장 큰 성장을 이루는 것은 스마트폰이다. 웹툰과, 유튜브를 통해 성장을 넘어 진화한다. 누구의 가르침도 받지 않고, 20대도 되기 전부터 염세적인 마음이 온몸을 지배한다. 마음의 병이 신체를 망가뜨린다.
[나의 아들들에게 보내는 편지 3]
타인과의 언쟁을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 우리와의 언쟁을 주도하려 하는 타인의 목적은 바로 분노다. 즉 자신으로 하여금 상대방이 분노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는 소리다. 그럴 때 우리가 쉽게 할 수 있고, 반드시 해야만 하는 행동은 무시다. 먹이를 주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끝이 나길 내심 기대하며 말이다.
무시로는 끝나지 않는 악질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방법이 더 있다. 그것은 합리적인 대화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그들에게 왜 그러한 행동으로 나를 모욕하는지 직접적으로 묻는 것이다. 그 상황은 무조건 단 둘이 있어야 하고, 녹음을 해야 한다. 되도록 권하지는 않는 방법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무시와 동시에 내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이다. 그들이 좋아하는 '타인과의 다툼'이라는 먹이를 절대 보여서는 안 된다.
희망은 전염되는 감정이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 할지라도 내가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느낀다면 내면에서 희미한 빛이 보인다. 그 빛은 점차 커지며 이내 마음 전체가 명으로 가득 차게 된다. 명으로 가득 찬 마음은 티 내지 않아도 바깥으로 뿜어져 나오기 마련이다. 그렇게 희망은 전염된다.
[인생을 위한 스물다섯 개의 교훈 4]
1. 공짜란 없다. 땀 흘리고 애써 노력해 구하지 않은 것은 가질 자격이 없다.
간혹 땀 흘리기 싫고, 그저 편하게 얻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책을 읽는다. 책을 읽으면 모든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작가님들의 글이 어떻게 써졌는지, 그들의 피와 땀을 읽게 된다. 그렇게 다시금 땀 흘려 쟁취할 생각을 하게 된다.
2. 목표를 설정하고 체계적으로 그것을 향해 나아가라.
행운이 언제 찾아오나 뻔하게 기다린다. 직접 찾아 나서기도 하고, 무념무상 생각하지 않게도 된다. 닫힌 문도 한 번 더 열어보고,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고 실망하여 절망으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그렇게 계속해서 반복한다. 수많은 절망들은 나를 단련시키기에 겁먹지 않고 차분하게 받아들인다. 내가 밀고 들어간 문 너머가 항상 텅 비어 있지만은 않다. 그리고 비어있다 하더라도 직접 채워 넣을 기회를 얻은 것이니 실망할 필요도 없다. 절망을 안고 희망을 채운다.
누구든 나를 중요하게 대해줬으면 했다. 나를 필요로 해줬으면 하고 말이다. 그런데 나를 가장 필요로 했던 사람들에게는 매몰차게 대했다. 그들에게 신의를 지키지 못했다. 그들에게 말로서 신의를 지켰고, 매사 행동은 소극적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의 공을 나에게 돌렸다. 사람은 잃고 나서야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를 원했고, 나에게 신의를 다 한 사람들은 언제까지고 곁에 있는다. 내가 그들을 밀어내지 않는다면 말이다.
3. 일을 찾아서 하여라.
지금 하는 일은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최소한의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리고 나의 꿈을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일을 찾아서 하고 싶지도 않고 "왜 누가 어떻게 좀 하지 않지?"라는 생각은 당연히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무엇을 하면 좋을까?" 하는 노예 같은 생각 또한 절대 하지 않을 생각이다. 무엇을 하라고 남이 말해 줄 때의 그 일은 이미 끝난 일인 경우가 많다. 회사에 내 에너지를 다 쏟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참 열심히 한다. 당연히 만족스럽지 않다.
4. 단지 금전이나 권력만을 위해 일하지 말아라. 그것들은 우리의 영혼을 구제하지도, 원만한 가정을 이루게 해 주지도, 밤에 단잠을 자게 해 주지도 못한다.
도덕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사람이 도덕적인 사람을 비난했다. 도덕은 강요할 수 없다며, 도덕을 권유하는 사람을 힐난했다. 왜 그래야 하냐며 이유를 물었다. 당연히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고, 인정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계속해서 이유를 물어왔다. 도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끝내 되물었다. '그러면 안될 이유'라도 있냐고 말이다.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았다. 그저 그렇게 행동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물었을 뿐이었다. 동의하는 사람도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어떤 사람도 나무라지 않았음에도, 도덕을 싫어하는 사람은 화가 단단히 나 있었다.
내 꿈은 경제적 자유다. 그러나 백만장자는 아니다. 자유는 금액이 아닌 생각의 차이에서 온다.
5. 위험을 무릅쓴다거나 비판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비판받는데 익숙하다. 그에 괘념치 않는다. 반응하기 쉬운 일은 강하게 반응해서 묻어준다. 반면 절대 관심을 주면 안 되는 비판은 철저하게 무시한다. 가끔 득이 되는 비판이 있다. 그러한 비판은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수긍한다. 그리고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6. 부모 역할과 가정생활을 진지하게 여기고, 너희를 대표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처신하도록 요구하여라.
나는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두렵다. 과연 내가 아버지가 될 수 있는 사람인가. 내가 아버지로서의 능력이 있을까. 그렇기에 아버지가 될 생각 자체가 없었다. 도전하지 못할 일은 없다. 그러나 한 생명을 키워내는 일은 도전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더 깊게 고민해야 한다.
7. 아내는 어머니나 하녀가 아니라, 너희의 동반자이자 친구임을 명심하여라
집안일은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분담하는 것이다. 남편이 밖에서 일을 할 때 아내도 집에서 일을 한다. 이내 남편은 퇴근하지만 대부분의 아내들은 퇴근이 없다. 물론 모든 집안이 이 이야기에 부합하진 않을 테다. 그러나 대부분의 외벌이 부부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게 퇴근한 남편은 집안일을 일절 하지 않거나 조금 도와준다. 절대 분담하려 하진 않는다. 그렇게 아내들은 수당 없는 야근을 시작한다. 맞벌이 부부들은 더하다. 같이 일을 하며 아내의 급여는 나누길 바라며 집안일은 절대 나누지 않는다. 2021년 아직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없는 일이라 단정 하는 것은 눈 가리고 귀 막는 꼴이다. 집안일을 입으로만 잘하는 남자들은 많지만, 실제로 집안일을 하는 남자들은 드물다.
8. 가정을 이룬다는 것은 중대한 일이다.
사회로 던져졌을 무렵부터 가정에 대해서 깊게 고민했다. 우리 가족은 유달리 서로에게 애정이 깊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18살에 아버지를 잃은 후에 확신했다. 나는 크게 무너졌고,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매일 꿈에 아버지가 나왔고, 매번 오열했다. 그런 날 아침은 눈도 뜨기 어려웠고,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렇게 그 감정을 회피하는 방법만을 배워나갔다. 부딪쳐 이겨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때의 어머니는 길었던 아버지의 병시중으로 인해 지쳐 있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바로 큰외삼촌의 병시중을 들게 되었다. 그렇게 큰외삼촌이 돌아가신 후 또 바로 외할머니의 병시중을...
어머니는 우리에게 최선을 다 했다. 말뿐이 아닌 정말 악착같이 최선을 다 하셨다. 끝내 우리를 키워내셨다. 우리는 탈 없이 잘 자랐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쉽게 가정을 이룰 생각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엄청난 책임감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비교적 어린 나이에 일찍 깨우칠 수 있었다.
만약 어머니의 인생이 좀만 더 평탄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 인생을 바꾸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조금만 더 평안했으면 좋았겠다 라고 생각한다.
9. 정직하여라.
우리 가족은 어릴 때부터 예의범절을 중요하게 여겼다. 어머니는 어른들에게는 반드시 인사를 해야 한다고 하셨다. 당시 매번 지나가는 길에는 우리 가족이 자주 가는 식당이 있었다. 그 가게의 주방은 밖에서도 훤히 보였고, 당연히 주인아주머니가 항상 서 계셨다. 그 길을 하루에도 다섯 번 이상은 다녔을 것이다. 어머니의 충고에 따라 식당 아주머니에게 하루에 다섯 번 이상은 인사를 했다. 길거리에 다니다가도 누군지는 모르지만 얼굴을 아는 어른 모두에게 인사를 했다. 매번 하는 인사지만, 할 때마다 뿌듯했다. 무엇인가 이룬 것처럼 기뻤다.
부모님은 아주 어릴 때부터 정직에 대해서 몸소 보여주셨다. 우리는 정직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적이 없고, 평생 그 어떤 일 보다 정직을 최우선으로 살아갈 것이다. 돈보다는 정직이 우선이다. 아무도 믿지 않고 원하지 않는 길이 바로 정직의 길이고, 그 길을 특수하고 특별하다.
10. 민주 사회에서는 같은 인종, 계급, 성별끼리의 연대감보다는 인간으로서의 유대가 더욱 중요함을 기억하여라. 또한 사회 전체에 이 사실을 상기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어라.
회사에서는 여러 인간 군상을 볼 수 있다. 생각보다 역겨운 자들이 많다. 앞에서는 웃고 뒤에서는 물어뜯는 하이에나들이 득실거린다. 심지어는 친한 상대의 성희롱을 하는 경우도 수 없이 지켜보았다. 이를 단호하게 뜯어말리지 않았고, 화를 내지도 않았다. 그저 방관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들과 멀어지는 것으로 스스로를 자위했다.
한 명의 입에서는 성추행적인 단어만이 쏟아졌고, 한 명의 입에서는 타인을 힐난하는 단어들만이 총망라하였다. 그곳에서 한시라도 빠르게 벗어나고 싶었다. 그들의 더러운 말을 듣고 귀를 씻어내는 것도 한계치에 다 달았다. 그렇게 오래간만에 회피하는 나를 마주 보게 되었다.
11. 본질을 위해 껍데기를 버려라.
운전해서 멀리 가는 것을 좋아한다. 책 읽기 좋은 예쁜 카페를 찾는 날에는 그만큼 상쾌한 날이 없다. 아늑한 곳에서 진득한 독서를 마친 나는 마치 사우나에서 찜질하고 나온 사람과 같이 개운하다. 그런데 위의 모든 행위들을 하기 위해선 차가 있어야 한다. 물론 큰 차는 필요 없다. 그런데 나는 차박이라는 것도 하고 싶기에 SUV를 덜컥 사버렸다. 살면서 가장 큰 사치를 저질렀다. 물론 후회는 없다. 현재 너무 만족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감가상각이 심하긴 하지만 어쨌든 내 재산이다. 본질을 위해 껍데기를 버리려 노력은 하지만, 여전히 어렵다.
12. 결코 포기하지 말아라.
독서를 하고, 자기 계발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고, 듣고, 동기부여를 얻는 단어가 '포기하지 말아라'일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타협하기 시작하고, 이내 포기한다. 전체를 포기하진 않지만 그 목표로 가기 위한 수단들을 하나둘씩 포기하기 시작한다. 나 또한 그렇다. 무수히 만들어둔 계획들은 결국 무너지고, 이내 포기의 길로 들어선다. 당연히 목표는 변함없고, 그에 대한 자기 확신도 확실하다.
단순하게 포기하지 말라는 말은 어렵다. 인생도 꿈도 무엇도 포기할 생각은 없다. 꿈의 밑바탕에는 독서와 글쓰기가 있는데 당연하게도 그것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이제는 너무도 당연해졌기에 포기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내 생각은 이렇다. 가장 포기하기 어려운 것은 꿈이고, 쉬운 것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 무수히 많은 과정들이라고. 그렇기에 우리는 꿈만을 포기하지 않을 게 아니라, 그를 위한 과정들을 하나하나 당연한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절대 포기할 수 없게 말이다. 포기라는 단어가 성립하지 않는 과정들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매일 한 글자라도 쓰기로 과정을 허접하게 바꾸더라도 말이다.
13. 너희 힘으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라.
오랜 기간 노력한 사람들은 지친 사람들이다. 얼마나 더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기에 그동안 자신이 한 노력들은 보지 못하고, 지쳐 쓰러져 나태했던 자신만을 책망한다. 그렇게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으며 당장에 닥친 손에 잡히는 일들을 하나씩 해결한다. 그렇게 회복하고 다시금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또다시 무너지고 재건한다. 그렇게 해도 결실은 쉽게 맺어지지 않을 테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노력들을 안으로 차곡차곡 쌓아나간다. 나는 배웠다. 아무리 오래 걸린다고 하더라도, 안으로 차곡차곡 쌓인 노력들은 이내 겉으로 드러난다는 것을 말이다. 한결같이 나아간다면 노력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14. 배움과 정신력 향상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마라.
내가 한 번에 가장 긴 시간 동안 책을 읽은 시간은 6시간이다. 아직까지는 그 기록을 깨지 못했다. 6시간이 다가오면 귀신같이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그렇게 독서 시간에 집착할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시간에 글을 썼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의 생각이 말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책을 이렇게 깊게 읽으면서도 6시간이나 집중했다는 것은, 그만큼 내게 큰 도움이 된 책이라는 소리기 때문이다.
15. 힘든 일을 두려워하지 말며, 자녀들에게 일하는 것 가르치기를 꺼리지 말아라.
얼마 전 일터에서 60대 정도의 노동자를 보았다. 그는 화장실에서 페인트 붓을 세척하고 있었고, 볼일을 본 나는 손을 닦기 위에 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나의 기척을 알아채고 인자한 미소로 먼저 씻으라는 몸짓을 보였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들고서 얼른 가서 손을 씻고 뒤로 물러서며,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그것은 그도 마찬가지였다. 화장실을 나서며 그 60대 노동자를 힐끔 본 후 나는 기분이 싱숭생숭해졌다. 그는 은은한 미소를 띠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날 유독 기분이 좋았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다시금 생각에 빠졌다. 저 연세에 저러한 노동은 분명 힘들 텐데, 벅찰 텐데 어떻게 웃을 수 있을까. 그 생각의 끝에는 역시나 긍정이 떠올랐다. 이왕 하는 일 인상 쓰고 화내며 하거나, 무표정으로 의미 없다는 듯이 하는 것보다는 웃으며 열심히 하는 게 오히려 더 좋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게 내 에너지를 더 비축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16. 속도를 늦추고 인생을 즐겨라.
매번 느끼는 감상이다. 시선을 넓히고 속도를 늦추어야 비로소 아름다움이 보인다. 매번 걸었던 집으로 향하는 길도 사고의 확장이 아닌 시선의 확장만으로도 새로워지고, 현저하게 느려진 걸음만으로도 아름다움이 나타난다.
17. 친구를 조심해서 사귀어라.
어떤 친구를 만나고 곁에 두냐는 내 의지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재미만을 위한다면 그것만을 충족시켜줄 친구들만이 곁에 남아 있을 테고, 발전을 이루고 상생을 위한다면 서로에게 득이 되는 친구들이 곁에 남을 것이다.
남을 돕는 것은 나를 돕는 것과 같다. 무엇인가 바라고 도와주는 것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서 그냥 돕게 되었을 때 이보다 좋은 마약이 없다. 딱히 도움이 필요 없는 사람을 돕는 일 보다,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을 도울 때의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절망에 빠진 그들의 환한 미소를 보는 것은 행복의 극이다.
18. '할 수 있어요. 해보겠어요.'라고 긍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되어라.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제대로 알고 있다. 꿈이 있고, 그것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언제 이루어질까 재촉하지 않고, 진득하게 기다린다. 나는 일확천금을 바라지 않는다. 천천히 꿈을 향해 걸어간다. 사실 걷고 있는 행위 자체를 즐기고 있다. 어차피 평생 걸어야 할 꿈이기에, 내 즐거움은 평생 사라지지 않는다.
19. 지금, 여기, 현재 여건에 최선을 다하여라.
과거에서 과감하게 벗어나고, 미래의 걱정을 밀어내야 한다. 그렇게 현재를 살아야 한다. 그런데 현재를 살아야 한다는 말은 막연하고 어렵다. 그러나 지금을 살아야 한다는 말은 비교적 쉽다. 지금에 대해 매번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지금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나.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 즐겁기라도 한지를 되물어 보면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최선을 다 하고 있는 나를 마주하게 된다.
20. 너희의 힘을 너희보다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써라.
옳고 그름에 대한 명확한 신념이 필요하다. 고지식하고 고집불통이라고 불릴지라도 그러한 신념 하나는 무조건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나는 그러한 고집이 생각보다 많다. 첫 째, 어떤 일이 있어도 사람에게 물리적인 폭력을 가해선 안된다. 둘째, 모든 상황에서 절대 배신을 해서는 안된다. 셋째, 목숨이 걸린 약속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 내 목숨이 위험하다 하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약속을 했다면 말이다.
21. 너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진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마침내 고통의 순간이 다시금 나를 찾아왔을 때, 나는 당연히 당당히 맞서지 않았다. 회피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회피했다. 잠깐의 나태함도 없이 극한의 성실함으로써 나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고통을 극복하자는 허울 좋은 소리로 지나치게 바쁜 삶 뒤로 숨어버렸다. 이러한 방법은 고통을 극복하기에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그렇게 꾸준하게 혹사를 하다가 마침내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면, 처참하다. 몸도, 마음도, 방도 그 어디에도 안락은 없고 강박적인 규칙과 정돈만이 자리 잡았었다. 그러나 이 또한 경험이고, 항상 나를 성장시키는 단초가 였음은 부정할 수 없다.
22. 너희는 스스로의 태도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
스스로 자조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모든 것을 잃어본 경험이 있다. 그러한 태도를 오랫동안 유지했었고, 문제없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잃어본 후에야 그것이 문제였다는 것을 직시할 수 있었고, 이내 바뀔 수 있었다. 나는 그로 인해 지옥을 다녀왔고, 그렇게 당당하게 나만의 영웅담이 만들어졌다. 생각보다 별거 없었다고 당당하게 외칠 수 있었다. 스스로 만든 참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치유했다.
23. 너희의 뿌리와 역사, 그리고 너희가 딛고 서 있는 선조들의 어깨를 기억하여라.
내가 등한시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역사다. 대충 대부분의 역사는 어깨너머로 알고 있다고 자신하고, 깊이 배울 필요성을 느끼진 못했다. 스스로의 관심사에서 멀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신호가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역사 지식에 대한 갈망이 조금이라도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에 대한 지적 허영심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역사를 잊은 나라에 미래는 없다는 말과 한 점 다르지 않다. 힘들겠지만... 한국사를 다시금 읽어야겠다. 벌써부터 두렵다. 역사를 두려워하는 젊은이라니... 한탄스럽게 바라볼 어른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24. 믿음직하고 신의 있는 사람이 되어라. 한번 시작한 일은 끝은 맺어라.
부끄럽게도 나는 한번 말 한 포부를 접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머리를 길러서 기부하겠다는 포부는 이내 큰 불편함으로 인해 접었다. 부끄럽다. 또 어떤 말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분명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앞으로도 시작하는 일들이 많을 것이고, 포기하거나 중단하는 일도 많이 생길 것이다. 물론 그러지 않기 위해서 하는 노력도 끝없이 이루어질 테다. 부끄럽다.
25. 너희는 결코 혼자가 아님을 항상 기억하여라.
인생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다. 그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다만, 너무 냉소적이게 굴 필요는 없다. 가족도, 친구도 다 필요 없다는 듯이 살아간다면 허무주의에 빠질 뿐이다. 홀로 잘 살겠다고 다짐하는 것은 훌륭한 선택이다. 그러나 혼자 살겠다는 이기적인 선택과 확신은 다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분명하다.
여전히 인생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같이 살아내는 것이다. 인생은 스스로의 판단으로 살아내야 하고, 세상은 소중한 사람들과 같이 두루두루 잘 지내며 살아내야 한다. 독거노인들에게 봉사하는 시간을 아까워하면 안 된다. 연탄 옮기는 것을 노동이라 생각해선 안된다.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하는 행동일지라도, 선한 행동은 계속되어야 한다. 우리는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우리는 절대 혼자가 아니다.
[어린이, 우리의 미래 5]
이 나라의 새싹들이 우리 미래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고, 누구도 본 적 없는 이론이다. 우리들의 미래는 매년 죽어가고, 방황한다. 그들을 붙잡기는커녕 더 엇나가게 할 '학교 폭력 멈춰!'같은 같잖은 시도를 위해 우리의 세금은 매년 낭비된다. 나는 절대 어느 단체에도 기부할 생각이 없다. 직접 찾아가 도움을 주고, 직접 필요한 무엇을 사다 줄 것이다. 그들에게 갔는지 가지 않았는지도 모를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도덕적인 결함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을 자주 목도한다. 그들의 마음은 공활하지 않고, 그저 공허할 뿐이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쓸쓸히 마지막을 향해 걸어갈 것이다.
[옮기고 나서]
작가의 모든 사상이 나에게 와닿은 것은 아니다. 아이들에 대한, 그리고 봉사에 대한 신념이 다시 한번 나의 눈을 뜨게 만들었다. 소외당한 아이들에 대한 대목에서는 눈시울이 붉어졌고, 당장에라도 뛰쳐나가 봉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미래에 내가 하고자 하는 봉사들을 하기 위해서라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봉사를 멈춰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생각이 많아진다. 이미 했던 생각이고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인데도, 계속해서 고뇌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