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올곧은 삶이다
철학을 공부한다고 하면 대부분 반응이 좋지 않다. 철학은 어디에 써먹냐고 핀잔을 주는 어른도 있었다. 철학은 돈이 되지 않지만, 피가 되고 살이 된다. 기원전 470년경 태어난 소크라테스가 무지의 지에 대해서 말했다. ‘네, 자신을 알라’ 메타인지는 기원전에도 강조했을 만큼 중요하다. 인간의 평범한 인지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건 철학을 공부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도가 없다. 철학은 세계를 공부하는 학문이자 가장 작고 좁은 개인의 내면을 공부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글 박진권
돈에만 국한되지 않은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철학을 공부한다. 철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이자, 끝이다. 문과, 이과 할 것 없이 처음과 중간 그리고 마지막엔 무조건 철학이 필요하다. 철학이 빠진 개발과 성장은 무조건 반발이 생긴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그렇다. 나라를 빼앗긴 일제 강점기를 지나, 1950년에는 6.25 전쟁을 겪었다. 그로부터 74년이 지난 대한민국은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 그 전의 상처는 없었던 것처럼 말끔하게 치유된 듯 보였다. 실상은 처참했지만 말이다.
독립운동가 후손과 참전 용사는 대체로 가난하다. 위안부와 같은 전쟁의 직접적인 피해자들의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들이 나라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만 봐도 한국이 얼마나 망가져 있는지 알 수 있다. 개인의 철학이 없는 사람들이 정치를 하고, 그들을 지지한다. 한 번 칠해진 정치색은 좀처럼 변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내가 정한 색에 검은 물이 튀든 흰 물이 튀든 상관없다는 태도다.
지역 갈등을 조장하고, 남녀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인들의 역겨운 행태를 묵인한다. 똑똑한 대한민국의 국민이 이러한 상황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외면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계엄령 사태에 대한 평화 시위는 참으로 인상적이다. 그 많은 사람이 질서정연하게 조금의 폭력성도 보이지 않으며 훌륭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상반되게 기물 파손 및 재물손괴와 불법점거까지 자행한 동덕여대의 시위 행보는 어쩐지 씁쓸하다. 나름의 철학이 있는 사람들의 시위는 고결하다. 생각은커녕 사리 분별없는 분노만 남은 어린아이들의 생떼와는 차원이 다르다.
개인이 개인을 무작정 혐오하고, 배척하고 갈라치는 것은 철학의 부재 때문이다. 나라의 덩치가 커지며 그 세포와 같은 국민의 몸집도 커졌다. 그러나 정신은 아직도 아이에 불과하다. 행동만 앞서고 책임은 뒷전으로 두는 어린아이일 뿐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스스로 판단할 줄 모른다. 아무리 지식을 채워 넣은 들, 사유하는 힘을 잃은 지식인에게 철학이 있을 리 만무하다.
철학은 틀리지 않게 해주는 학문이 아니다. 자기가 틀렸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것을 인정할 수 있게 만드는 학문이다. 철학은 만능이 아니다.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도 어느새 철학이 부재할 수 있다. 그러나 철학은 잘못된 상황을 인지하게 하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바로잡을 수 있게 도와준다. 반복되는 인식은 결국 사람을 올바른 길로 안내한다. 실패하고, 무너져도. 실수하고, 잘못해도. 결국 옳은 길로 나아갈 길을 계속해서 제시하는 것이 바로 철학이다.
나의 철학은 내게 무언가를 가져다준 것은 없지만, 내가 매우 많은 일을 면하게 해 주었다.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