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염에 걸린 후 깨달은 인생

평범한 하루

by 박진권

장염에 걸린 후

깨달은 인생


월요일 오후 왠지 모를 오한에 몸이 떨렸다. 어제 취침의 질이 떨어졌기에 컨디션이 좋지는 않았다. 대수롭지 않게 일하다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퇴근했다. 집으로 향하는 중 어쩐지 속에서 좋지 못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숨에서도 느껴지는 불쾌한 냄새였다. 집에 도착한 후 가벼운 집안일을 하고 간단하게 씻고 20시에 바로 잠에 들었다. 마치 몇 주간 잠에 들지 못한 사람처럼 완전히 뻗었다.


박진권




정말, 고단했던 하루

(월) 22:30경, 구토감이 밀려와 잠에서 깨어났다. 화장실로 뛰어가 점심 먹었던 음식을 1차로 게웠다. 정신이 없는 중에도 나는 변기의 물을 내리고, 변기 솔로 청소까지 완벽하게 했다. 그리고 구토 냄새도 거북하고 위산이 치아에 좋지 않다는 생각에 양치까지 했다. 터벅터벅 나오려던 찰나 이번에는 아래에서도 신호가 왔다. 그것을 비워내는 데 몇 초 걸리지 않았다. 배가 홀쭉해졌고, 머리에서 피가 싹 빠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다시금 변기를 닦고, 샤워를 한 후 화장실에서 기어 나왔다.


(화) 02:00경, 온몸이 불같이 뜨거웠다. 침대 커버가 흥건해질 정도로 땀이 났다. 나는 곧장 일어나서 덱시부프로펜 연질 캡슐 한 알을 먹었다. 약을 먹고 30분 정도는 앉아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침대에 등을 대고 앉아 있다가 선잠에 들었다. 그러다 새벽 4시경 다시금 깨어나 22시에 했던 행동을 반복했다. 몽롱한 상태로 6시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나는 화장실 앞 바닥에 드러누워 있었다. 아침마다 하는 글쓰기를 수행하고 싶었다. 그러나 도저히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뼈마디가 전부 시리고 통증이 느껴졌다. 결국 다시금 눈을 감았다.


07:00경, 극심한 추위에 눈이 떠졌다. 온몸을 흥건하게 적신 땀 덕분에 더 추웠다. 눈을 뜨고 겨우 몸을 일으켜 세웠다. 화장실로 터벅터벅 들어가 목욕하고 나왔다. 모든 행동이 원래 속도의 절반만큼 느려졌다. 씻고, 바르고, 입는 데 40분이 지나 있었다. 35분 정도의 여유가 남아 있기에 서재로 향했다. 죽지 않는 한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에 한 번은 무조건 실행하겠다고 다짐했던 글쓰기 때문이다.


08:15경, 최악의 상태로 집을 나섰다. 뼈마디가 시린 것 때문에 날씨가 더 춥게 느껴졌다. 이런 날씨에도 얼굴은 여전히 화끈했다. 열이 생각보다 심한 듯했다. 출근 후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오한에 몸이 심하게 떨렸고, 구토감이 계속해서 밀려왔다. 결국 내과를 방문할 수밖에 없었다. 병원에서 항생제와 구토를 억제하는 주사를 세 방이나 맞았다. 1 엉덩이 3 주사는 살면서 처음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3일 치 약과 함께, 포카리 스웨트를 500ml 병으로 6병이나 먹으라고 했다. 병원앞 편의점에서 포카리 6병을 구매 후 바로 500ml 한 병을 섭취했다.


11:30경, 결국 조퇴해야 했다. 가만히 있는 것도 힘든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추위에 덜덜 떨며 집으로 돌아간 기억은 있는데, 세부적인 기억은 나지 않았다.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 의문이었다. 나는 간단하게 세면 세족만 하고 바로 침실로 들어갔다. 포카리 한 병을 더 섭취한 후 앓는 소리를 내며 잠에 들었다.


15:50경, 약 3시간 정도 자고 일어났다. 약효가 부족한지, 열은 가라앉지 않았다. 뼈마디 통증이 근육까지 번졌다. 정신이 몽롱했다. 약과 함께 포카리 한 병을 또 마셨다. 계속 누워있으니, 두통까지 찾아왔다. 몽롱한 정신과 아픈 몸을 이끌고 세탁실로 향했다. 일요일에 해야 했던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 그리고 서재로 향해 아침에 완성하지 못한 글을 이어서 작성했다. 포카리 두 병을 먹고 글 쓰다 보니 1시간 30분이 지났다. 세탁기에서 경쾌한 종료음이 울려 퍼졌다. 세탁물을 바구니에 담고, 옷은 건조대에 널고, 양말과 속옷 그리고 수건은 건조기에 넣고 돌렸다. 입에서는 계속해서 ‘으어어’ 하는 소리가 흘러나왔고, 나는 신음과 함께 좀비처럼 분주히 움직였다.


22:00경, 약을 먹고 마지막 포카리를 마시고 잠에 들었다.


(수) 06:00경,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심지어 어깨까지 결려 심하게 뻐근했다. 몸이 너무 경직되어 있었던 것 같았다. 그 와중에 배도 너무 고팠다. 월요일 16시부터 수요일 06시까지 먹은 거라고는 포카리 6병이 전부였다. 죽을 해 먹기엔 몸이 아직 불편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연인이 언제 가져다 둔 지 기억나지 않는 누룽지가 있었다. 38시간의 공복 이후 먹는 누룽지였지만, 맛이 없었다. 김치를 먹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굶는 것보다는 나았다. 몸이 꽤 호전됐다고 생각했는데, 입에선 여전히 ‘으어어’소리가 흘러나왔다. 식사 후 여느 때와 다름없이 글을 쓰고 08시 15분에 집을 나섰다.


12:00경, 점심시간에 닭죽을 먹었다. 천상의 하모니가 들려왔다. 이게 바로 음식이구나 싶었다. 과하게 행복했다. 일상의 행복을 다시금 깨달았다. “아, 이게 행복이구나”라고 육성으로 뱉어낼 정도였다. 인간은 일단 건강하고 봐야 한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쌀 때가 인간의 전성기다. 짧은 전성기를 스트레스받으며 보내는 건 너무도 아깝다. 아마 내일 일반식을 먹으면 더 행복할 게 분명하다. 그리고 주말이면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이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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