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주의자

역지사지

by 박진권

육식주의자


육식만 하는 남자가 있었다. 그는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다리 잡식을 하지 않았다. 채식을 철저하게 금했고, 육식만을 고집했다.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도 쌈과 채소는 일절 먹지 않았다. 심지어 한국인 영혼의 음식인 김치도 입에 대지 않았다. 콩으로 만든 된장도, 곡식에 속하는 쌀과 밀도 모두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그는 채식만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육식을 제외한 모든 음식을 거부했다. 오롯이 고기만 먹는 것이다. 소금도 멀리했는데, 두꺼운 돼지고기만 먹어도 염분은 충분하다고 믿었다.


박진권




역지사지

어느 날 그는 정령의 소리를 들었다. 무심코 꽃을 꺾을 때 그들의 비명이 들렸고, 잔디가 밟혔을 때 정령의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연히 지나친 꽃가게를 보았을 땐, 시체가 널려 있는 듯해 구역질이 밀려왔다. 그곳에 묶여 있던 정령들은 차라리 죽여달라는 신음을 뱉어냈고, 그렇게 천천히 말라죽어갔다. 그의 눈엔 보였다. 그의 귀엔 들렸다. 꽃에도 생명이, 분명 정령이 깃들어 있었다. 가게 주인은 그 생명을 잔인하게 도륙하고, 전시했다. 인간으로 따지면 팔다리를 절단하고 이쁘장한 얼굴만 잔뜩 늘어놓은 형국이었다. 이것은 아름다움이 아닌 잔혹함이었다. 꽃다발은 그저 시체 다발일 뿐이었다.


땅은 어머니고 정령은 자식이다. 인간들은 어머니와 자식을 강제로 떼어낸다. 심지어 그 자식들을 산채로 뜯고, 씹고, 맛보고, 즐긴다. 갈아서 먹고, 으깨서 먹는다. 100도 이상의 뜨거운 물에 넣어 화상을 입힌 상태로 섭취한다. 정령들의 외마디 비명이 들려온다. 살려달라고, 죽고 싶지 않다고, 차라리 죽여달라고, 너무 아프고 뜨겁다고. 남자에게는 그들의 괴로움이, 그 통증이 그대로 느껴졌다. 인간들의 잔혹하고 야만적인 행동이 역겨웠다. 채식은 필수가 아니고, 먹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대체 왜 고집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인간은 깊은 생각 없이 잔디를 밟는다. 유전자에 각인된 것처럼 반사적으로 꽃을 꺾는다. 야생에서 힘겹게 하루를 버텨내는 정령을 유린한다. 그들의 영혼을 마음대로 재배하고 판매한다. 넓은 대지에서 자유롭게 살아가야 할 그들을 작디작은 화분 속에 가두고 그 고통을 음미한다. 어머니의 품이 그리운 그들은 그렇게 서서히 말라죽어간다. 버젓이 살아있는 정령들의 고통을 아무도 인식하지 못한다. 누구고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남자의 눈엔 세상이 미쳐가고 있었다. 온통 핏빛으로 물들어 보였다.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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