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야 면장 한다
많은 인간은 이기심을 안고 태어난다. 이것이 선과 악이냐는 완전히 다른 질문이다. 간략하게 설명하면 이기심은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다. 그저 유전적 본능이기 때문이다. 유전자에까지 선과 악을 구분하는 건 현대사회의 오류다. 과거 영국에서는 정당한 결투로 인한 사망은 살인으로 보지 않았다. 칼을 들고 싸웠음에도 말이다. 더 과거로 돌아가 로마에서는 인간끼리 죽이는 것을 현대의 영화처럼 관람했고, 그 인간이 맹수에게 사지가 찢겨 죽는 것을 감상하며 환호했다. 또한, 선에 집착하는 종교인도 ‘십자군’의 만행에 대해서는 입을 닫는다. 애초에 유일신을 믿는 사람은 다른 종교의 교리를 모두 우상숭배로 치부하는 이기심을 갖고 있다. 인간은 항상 자신 그리고 자신과 관련된 인물, 상황, 시대에 따라서 최대한의 이기심을 발휘한다.
글 박진권
스스로 이기적인 것을 알고, 그것에 대한 혐오감이 있어야 이타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나만을 위해 움직이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그 영상에 고민하고 반추하는 행동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방법이자, 이타심으로 향하는 유일한 길이다. 그러나 이기적인 자기 모습에 취하면 문제가 된다. 말 그대로 무한 이기주의 사회에 녹아든다. 모두가 불편한 대중교통에서도 자신의 편의만을 위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인간. 그것에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 되는 것이다.
이기심에 취한 사람은 타인을 왜 존중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않고,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것을 우습게 생각한다. 주변 사람의 도움을 당연하게 받고, 그것으로 인한 성과는 오롯이 자기 능력이라고 착각한다. 도움받은 적 없다고 믿기 때문에, 도움 줄 생각조차 없다. 타인의 고통은 그들이 해결해야 할 지극히 개인적인 숙제로 인식하지만, 본인의 고통은 만인의 고통으로써 모두에게 도움과 공감을 받으려고 애쓴다. 자신이 지구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이기적인 사람들 주변엔 항상 가해자만 존재한다. 본인을 제외한 모두가 미친 사람이고, 자신만이 정답이라는 착각 때문이다.
이들의 이기심은 역설적이다. 피해자의 위치에서 누군가를 지속해서 괴롭히기 때문이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명확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개인주의자들은 남에게 피해 끼치지 않는 선에서 시선이 내면으로 향해 있다. 이기주의자들의 시선도 내면으로 향해 있으나, 적의 또한 외부로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그 적의는 미세먼지와 같아서, 주변 사람들이 인식하기도 전에 그들의 내부로 침투한다. 자신도 모르는 새에 이기주의자들에게 동조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래서 알아야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이지, 상대가 어떤 인간인지.
인간들 대부분은 극히 주관적이므로 오로지 자신에게만 흥미를 느낄 뿐 그 밖의 것에는 아무런 흥미도 느끼지 못한다. 그 때문에, 남이 무슨 말을 하든 즉시 자신부터 생각한다. 어쩌다가 자신의 개인적인 일과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다 싶으면 그것에 완전히 주의를 빼앗겨, 이야기의 객관적인 주제를 파악하는 능력을 잃어버린다. 또한 어떤 논거라도 흥미와 허영이 그것에 반대하면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은 너무나 쉽게 정신이 멍해지거나, 너무나 쉽게 마음의 상처를 받아 모욕을 느끼거나 감정이 상하므로, 어떤 화제든 객관적으로 말하더라도 이야기하는 내용이 눈앞에 있는 상대방의 소중하고 여린 자아에 혹시 불리한 작용을 하지 않을지 매우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