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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을 존경할 것인가

그런 사람

by 박진권

어떤 사람을

존경할 것인가


존경할 만한 사람을 찾기는 참으로 어렵다. 특히 정치에 뜻을 둔 사람,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는 사람을 ‘존경’하는 것은 그 사람의 그대로의 모습을 공경한다고 보기 어렵다. 정치란 쇼처럼 구경거리와 다름없어 개인의 모든 모습을 보일 수 없고, 오히려 없는 모습을 창조하기 때문이다. 정의롭지 않은 사람이 정의를 외치기도 하고, 반대로 정의로운 사람도 소속된 당의 입장에 내면의 정의감을 외면하기도 한다. 결국, 숨긴 것보다 진실한 모습을 보여 준 사람, 없는 모습을 꾸며내지 않은 사람을 존경해야 한다. 그 판단은 매체의 선전과 타인의 입방아로 하는 게 아닌, 오롯이 개인의 몫이다.


박진권




그런 사람

자존감이 낮으며 질투심이 많고, 속으로 앓고 있으면서 할 말도 잘 못하는 가식적인 사람은 타자에게 큰 고통을 안긴다. 겉으로는 남의 일을 응원하는 척하지만, 속에는 혐오스러운 질투가 똬리를 틀고 앉아 있다. 가볍게 던져도 될 말도 내면에 쌓고, 쌓아 썩힌 다음에 타인에게 곪을 대로 곪은 토사물과 다름없는 말을 쏟아붓는다. 그 토사물의 뒷정리는 항상 공간 안에서 함께 생활하는 다른 사람의 몫이다. 이런 인간이 선생님, 상사, 형, 어른이라고 해서 무조건 존경할 필요는 없다. 공경할 이유가 조금도 없다.


지키지 못할 말을 뱉지 않는 사람, 애초에 약속하지 않는 사람이 존경스럽다. 누군가의 지키지 못할 헛된 말은 타인을 홀린다. 타인에게 기대감 또는 희망을 심는다. 문제는 이행할 수 없는 일일뿐더러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었을 때 개인이 받는 고통은 배가 된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이 10년 차가 넘어가니, 거짓을 내뱉지 않고 진정으로 할 수 있는 말만 내뱉는 사람을 공경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뱉은 말을 모두 지켜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삶은 결과에만 있지 않고 과정이 더 빛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실패한다고 해도 본인이 던진 말을 어떡해서든 실천하려는 모습에도 존경심이 샘솟는다. 진정한 어른이란, 그런 사람이 아닐까.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지 않고, 침묵을 어색해하지 않는 사람. 당장의 기분을 그때그때 표출하지 않고 유연하게 넘어갈 수 있는 사람. 저급한 말이나 비속어를 쉽게 사용하지 않는 사람. 이 모든 것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도, 고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내가 존경하고 싶은 사람이다.


존경은 우리 자신의 가치와 연관되어 있다. 이것이 인간의 사랑에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사랑은 주관적이고 존경은 객관적이기 때문이다. 둘 중에서 사랑이 우리에게 유익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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