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

박진권

by 박진권



한기에 몸이 떨렸다. 이제는 진짜 혼자인 게 실감이 났다. 어제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내 곁을 떠났다. 나는 생각을 떨치려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이내 이불을 박차며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그렇게 출근을 위해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세상 사람들의 무관심이 느껴졌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타인의 심적 고통을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


"김대리, 오늘 유독 피곤해 보이네?"


"아... 어제 잠을 좀 설쳤습니다."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없는 업무도 만들었고, 모두가 꺼려하는 출장도 자진해서 다녀왔다. 심지어 휴일도 반납하며 반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았다. 그렇게 몸도, 마음도, 정신도 모두 너절해졌을 때쯤 네가 다시 나타났다.


"잘 지냈어?"


네가 돌아오길 매 순간 간절하게 염원했는데, 막상 눈앞에 나타나니 별 다른 감흥이 없었다. 오묘했다. 나는 생각보다 차분하게 너에게 말을 건넸다.


"그렇지, 너는?"


너는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마다 아랫입술을 자근자근 물어대는 버릇이 있었다. 대화를 하는 내내 입술을 못살게 는 너를 보고 짐작했다. '무슨 할 말이 있구나.' 그러나 너는 끝내 아무 말도 뱉어내지 못했다. 그렇게 우리는 쓸데없는 대화만 늘어놓다 헤어졌다.


뜬금없지만, 우리는 돌담길을 걷지 않았다. 그 유명한 덕수궁도, 그리고 낙산공원도 돌담과 비슷한 거리는 일체 걸으려 하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헤어질 수도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해선 같잖은 미신일지라도 배제하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는 네가 항상 재밌었다.


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했다. 그렇게 매몰차게 돌아선 네가 어떤 이유로 내게 연락을 했는지. 그리고 만나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대체 무엇이었는지. 여러 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또다시 너에게 잠식당하고 있었다.


너를 만난 직후 나는 며칠 동안 잠만 잤다. 그동안 못 잔 잠을 모두 채우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밥도 먹지 않고 물만 마시며 내리 잠만 잤다. 그렇게 딱 삼일 째 되는 날 새벽 너에게 연락이 왔다.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 준비를 했다. 그리고 세면대 앞에서 물을 틀었다.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오래 걸리는 세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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