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애리 Jun 09. 2016

운동의 목표는 살빼기가 아니다

명상으로서의 운동

많은 사람들이 살을 빼기 위해서 운동을 한다. 그렇지만 내 생각에 살빼기란 운동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삶이 책상머리에서의 노동으로 이뤄지는 현대 환경 속에서 운동이란 평소 쓰지 않던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다. 쓰지 않는 근육을 움직여서 가만히 앉아있으며 쌓였던 녹을 털어내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운동의 목적이다. 


나는 피트니스센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과 건물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주의해야하는 도시의 거리를 지나서, 굳이 사람들로 북덕거리는 데다가음악소리 마저 쿵쾅거리며 시끄러운 비좁은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은 더 스트레스가 쌓이는 일이다. 


나는 홀로 걷기와 달리기를 주로 한다. 한 친구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사람들 속에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 있는 반면, 사람들에게서 떨어져서 에너지를 충전시키는 사람이 있다. 후자에 속하는 나는 같은 운동이지만 구기 종목과 같이 끊임없이 타인과 교류를 해야 하는 운동은 오히려 스트레스이다. 공원이나 운동장의 트랙을 걷고 뛰기를 반복하면서 나 자신의 심장 박동과 호흡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내 외부로 날카롭게 서 있던 안테나가 접히고 나는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운동은 일종의 명상과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무념무상에 도달하려는 동적인 명상. 

날씨가 따뜻해지면 나는 공원에 간다. 러닝 트랙이 갖춰진 공원에서 나는 팔과 다리를 쭉 늘여서 스트레칭을 하고, 빠르게 걷는다. 그리고 몸이 더워지면 그 때 손목시계의 타이머를 맞추고 뛰기 시작한다. 


뛰면서 얼굴에 빠르게 와닿는 바람이 좋다. 시간이 지날 수록 심장은 더욱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하고, 코로 쉬던 숨은 어느 새 입으로 쉬는 숨으로 바뀐다. 다리의 근육은 살짝 고통스럽도록 아파오기 시작해서 마음으로는 멈추고 싶지만 내 몸에 작용하는 관성이 그것을 막는다. 한 줌의 산소를 갈구하면서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기를 반복하다보면 어느 새 머리 속에 가득찼던 복잡한 생각들이 사라진다. 


마침내 시간이 다 되어 달리기를 멈추면 온 몸에서 더운 공기가 모락모락 올라오는 것이 느껴진다. 내내 차갑게 얼어붙어있던 내 손과 발에는 뜨거운 피가 쉴새없이 펌프질되어 돌고 있고, 숨은 더더욱 가빠온다. 


바로 그 순간이다. 숨을 헐떡이며 시원한 물을 꿀꺽꿀꺽 삼킬 때야 말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순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로우의 월든 생활도 처음부터 완벽하진 않았을거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