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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작업노트

by 에티텔
Fiddler on the roof.jpg 이효연, 픽토하이쿠-지붕 위의 바이올린, oil on canvas, 각 53x45.5cm, 2009

그분이 오신다고 한다

그분이 오실 때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분이 오실 때는 소리가 나지 않고

그려지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려지지 않는 것은 그분이 오시기 때문은 아니라고 한다

그분은 소리가 없다고 한다

그분에게서는 새벽에 맺힌 이슬 같은 냄새가 난다고 한다

그분은 흔적도 없이

다녀가신다고만 한다

먼지사이로 조용히 다녀가신다고 한다

그분을 보았다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우리 모두는 그분을 기다린다는 소문이 있다고 한다

그분을 만난 이는 없는데 자꾸 산처럼 커간다고 한다

그분을 잘 닦여진 길에서 만나는 일은 없다고 한다

숲처럼 자주 걸으면 길이 되지만 소홀해지면 금방 덤불이 되고 마는 숲길 같다고도 한다

그분을 만났다는 증언은 없었다고 한다

밝았다는 얘기만 들었다고 한다

온기를 느꼈다는 사람이 있다고도 한다

목격자는 한 사람 이기도 하고 여러 사람 이기도 하다고 한다

춤을 춘다고도 한다


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 꿈

그건 꿈일지 모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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