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대하여

감정탐색 page.01

by 바다별다락방


미술치료를 하다 보면 대부분의 경우, 현재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명쾌하게 말로 표현하기 힘들어하는 경향을 보인다. 석사과정을 지내며 자기 분석과 다양한 임상실습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우리 인간은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고 회피하기를 '습관화'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감정은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디로 가는 것일까.




여기 한 내담자가 있다. 그는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외면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감정을 의도적으로 가둔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을 싫어한다고 말했다. 배우가 표현하는 다양한 감정을 바라보는 것이 불편하고, 그 감정이 자신에게 전해지는 것조차 불편하다고 얘기했다.


그가 눈이 맑은 어린아이였을 때, 그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기분을 표현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순수한 시도는 매번 누군가에 의해 거절당했고, 감정을 최대한 느끼지 않는 쪽이 생존에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30대를 달려가고 있는 지금의 그에게 현실은 계속해서 감정의 벼랑으로 그를 내몰았다. 그가 어린 시절부터 느꼈던 뿌리감정을 파고 들어가 보면 그 속에는 무력감과 무기력, 나아가 자신에 대한 무가치함이 있었다.


그는 분명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온전히, 고스란히 느끼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매 순간 스스로를 버리게 하였고,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의 삶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무기력과 무능감이 자신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늘 괜찮다고 말했다. 그것은 의식적인 측면에서의 자기기만이었다. 그가 평소에 하는 행동은 진실된 감정에서 도망 다니며,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게 연기를 하는 것이었다. 감정을 잘 느끼는 척, 남들이 웃을 때 따라 웃고 남들이 즐겁다고 말하면 함께 느끼는 척을 하려 애를 썼다. 하지만 그것이 그를 가식적인 사람으로 만들었고, 타인에게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친해질 수 없는 사람으로 비쳤다. 그는 무엇이 자신을 이토록 괴롭히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우리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감정 그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특정 감정을 느끼는 자신을 싫어하는데서 문제는 시작된다. 우리는 대부분의 것들을 선택적으로 취하고 버린다. 우리가 자라면서 배운 것 중 가장 영향력 있는 목소리는 자기 자신을 통제하라는 것이었다. 잘 참으며 통제하고 인내할수록 안정된 미래가 보장된다고들 했다. 그러나 그 통제가 과연 나를 나답게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한 번쯤 통제에서 벗어나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에 말을 걸고, 그 현상을 이해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감정은 세상을 느끼는 데에 꼭 필요한 자산이다. 그동안 뭉뚱그려왔던 감정과 경험들을 하나씩 꺼내어 보는 것은 개인에게 있어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그 기억들과 더불어 함께했던 감정을 하나씩 삶으로 초대할 때 우리의 삶은 한층 더 풍요로워질 것이라 믿는다.


Let it go
-Froz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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