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자주, '두려움'

감정탐색 page.02

by 바다별다락방
두렵다:
어떤 대상을 무서워하여 마음이 불안하다.
마음에 꺼리거나 염려스럽다.

출처_표준국어대사전


첫 번째로 나누고 싶은 감정은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이다. 두려움은 긍정적인 정서보다도 앞서, 인류가 존재하는데 꼭 필요한 감정이었다. 두려움을 느낌으로써 인간은 살아남기 위한 나름의 전략을 세웠으며 생존에 성공하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우리는 늘 긍정을 이야기했다. 부정성을 부정하듯 즐거움을 과도하게 쫓으며 심지어 타인에게까지 자신이 얼마나 즐거운지 선보이고자 한다. 그리고 그것을 잘 하는 사람(혹은 잘 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성격의 소유자라고 칭송한다. 그리고 우리의 이면에 존재하는 *어둠의 감정을 잃어버렸다.


언제부터 우리는 어둠의 감정에서는 빨리 벗어나고자 하고 빛의 감정만을 쫓는 모양새를 하게 된 것일까. 빛의 감정을 쫓아가는 것이 과연 인간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 일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특정 상황을 맞딱뜨리게 될 때, 본능적으로 그것이 불쾌하거나 불편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거기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을 친다. 그리고 반대 방향인 즐거움을 향해 내달린다.


그러나 그러한 몸부림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억눌려 증폭된 두려움은 자신이 만든 늪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두려움의 늪은 인간의 상상 속에서 깊어진다.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 인간은 두려움을 만들어내고 마음속으로 두려움을 점점 키운다. 그리고는 스스로를 옴짝달싹 못하는 상태로 만든다. 곧 두려움은 누군가 나를 보호해줬으면 하는 기대감과 그것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의 상실과 절망감으로 연결된다.


개인적으로도 두려움은 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나를 감시하는 감정이었다. 허약체질이라 병원에 갈 때마다 두려움이 따랐고 어떤 것에 도전하고자할 때 두려움은 언제나 열정보다도 더 커다란 모습으로 나의 뒤에 서있었다. 때론 두려움이 나를 잠식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잃고 땅으로 떨어질까 늘 조마조마했다. 우리는 어린시절에는 부모에게 혼날까봐 두렵고, 성인이 되면 나 자신으로서 살아갈 수 없을까봐 두렵다. 나이가 좀 더 들면 나의 존재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에 또 두려워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불확실성 속에서 두려움을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 먼저 두려움을 정면으로 마주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두려움에서 벗어나려할수록 우리는 무력해지기에 마치 거울을 보듯 찬찬히 두려움을 응시한다. 그리고 두려움에게 묻는다. 어떤 이유로 나에게 찾아왔는지. 분명 두려움은 건네고자 하는 말을 품고 나에게 왔을 것이다.


우리는 이때, 인간의 산물인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너는 어디에서 왔니." 눈을 감고 가만히 두려움에게 묻는다. 대체로 과거의 해결되지 않았던 감정이 지금의 상황과 연결되어 그것이 나를 괴롭히는 경우가 많다. 혹은 미래에 대한 공포가 현재의 두려움이 되기도 한다. 두려움을 찬찬히 살펴보자. 나의 경우, 두려움은 줄곧 해결책을 제시하곤 했다. "난 너를 겁주려는게 아니라 지금 이 상황에 꼭 필요한 것을 말해주러 왔어. 난 과거에 네가 힘들었던걸 풀어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거야"라고 말이다.


언젠가 두려움에 잠식당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환자인 상태로 스스로를 몰아갔던 적이 있다. 그런데 두려움을 마주보기 시작하자 그것은 새로운 곳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 두려움을 발판삼아 새로운 길을 찾았다. 나를 탐구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도록 해주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해주었다. 지금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두려움이 한 발짝씩 알려주었다.


우리는 감정의 주인이 될 수 있다. 감정은 절대 나를 휘두를 수 없다. 감정은 나에게 손님처럼 온다. 그런 손님을 적으로 만들 것인지, 친구로 만들 것인지는 나의 몫이다.


끝으로 '사임당, 빛의일기'라는 드라마의 한 구절을 소개한다.


용기는 기도를 마친 두려움이다.

우리는 두려움에 잠식당하기를 선택하기보다 두려움을 새로운 문을 여는 용기로 바꿀 수 있다. 그것은 우리가 두려움에게 묻고 또 스스로에게 물을 때만이 가능하다. 늘 자신에게 질문하고 두려움에게 질문하면 지금 내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가 먼저 나서서 알려줄 것이다. 두려움을 벗삼을 때, 우리는 그 안에서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발견할 수 있다.






*앞으로의 글에서는 긍정, 부정의 감정이 아니라 빛, 어둠의 감정이라고 칭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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