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탐색 page.09
그리움:
보고 싶어 애타는 마음
표준국어대사전
오랜만에 구석에 있던 옛 사진을 꺼내어본다. 거기에는 더 이상 내 옆에 없는 이들이 활짝 웃고 있다. 이제는 그들도 존재하지 않고, 나도 더 이상 사진 속의 내가 아니다. 여기에 있던 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갑자기 내 속에서 커다란 돌이 목에서부터 가슴을 거쳐 위장까지 쿵 내려가는 느낌이 든다. 그 돌이 쑤욱 내려감과 동시에 마치 밸브를 누르듯, 눈에 눈물이 차오른다.
그리움이라는 감정은 잊고 싶지 않은 어떤 것을 다시 한번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움은 '긁다'와 '그림'이라는 말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어떤 것을 잊지 않기 위해 긁어모은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잊지 않으려 그려서 간직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예부터 늘 어떤 것을 끊임없이 긁어서 모으곤 했다. 마치 삶의 모든 것을 잊지 않으려 애쓰듯 말이다.
그러나 결국 우리는 꽤 많은 것들을 잊어버리고 과거의 잔상만을 기억해 낸다. 그리고 그것을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마음에 담는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기억 속의 그리움은 객관적인 '진실'이 아니다. 나라는 주체가 어떤 현상을 보고 느낀 것을 '진실'이라고 기억하는 것이다. 동일한 순간에 10명이 있었다면 그 10명은 각기 다른 것들을 생각하고 느낀다. 그럼에도 개인이 느낀 그 순간의 감정은 커다란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 10명의 각기 다른 느낌들이 모여 우리의 '삶'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리움은 우리 인생에 양념과도 같다. 이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운지 알게 된다. 문득 누군가가 그리워서 눈물이 날 수도 있고, 문득 어떤 날이 그리워서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조차 인생이 우리에게 준 값진 선물이다.
아마 과거의 나였다면 그리운 감정에서 얼른 벗어나려 몸부림쳤을 것이다. 그것을 그대로 떠올리고 느끼는 것이 괴로운 일일까 봐 회피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리움 속에 그대로 머무르곤 한다. 그저 그리운 대상과 함께 있다. 이제는 세상에 없는 그 사람과 함께, 사라진 것들을 만끽한다. 그것이 슬픔이어도 상관없다. 그러고 나면 또다시 그리움이 될 현재를 살아갈 힘이 만들어짐을 알기에.
신이 우리에게 그리움을 준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지금을 충분히 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다시 어제가 될 테니... 그때는 다하지 못했던 것으로 고통받기보다는 아련한 그리움으로 그저 웃을 수 있었으면 한다.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만나지 말자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하지 말라면 더욱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그것이 인생이고 그리움
바로 너다.
-나태주시인, 그리움-